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정자시장에서

정자시장에서

                                         /송소영



아침마다

정자시장 가는 주택가 길 모퉁이에서 그녀를 만난다

얼룩덜룩 분칠한 듯 부석부석한 얼굴

맥고모자 밑으로 삐죽삐죽 보이는

서리 내려앉아 몇 올씩 붙어있는 머리칼

그녀는

쑥개떡 뻥튀기 검은 콩 메주콩들을

리어카 좌판에 가득 진열해 놓았다



그녀처럼 오늘 하루만은

리어카 난전에 펼쳐놓아도 아무도 안 사갈

내 쉰 몇 해 볼품없는 삶을

비린내 가득한 이 정자시장에 풀어놓고 싶다

척 시장바닥에 앉아

한번쯤은 나도

머리와 가슴 속 가득한 욕망들을

껌처럼 그녀에게 쫙쫙 씹히고 싶다

 



 

정자시장은 수원시의 정자동에 있다. 정자는 옛날 고목 아래 있는 정자가 생각나게도 하고 옛날 대학교 동기 정자가 생각나게도 한다. 그러나 동음이의일 수 없으나 사내가 고환으로 사정없이 쭉쭉 뿜어낸 정자로 읽히기도 한다. 정자란 생명의 근원이며 끝없이 꼬리쳐야 난자에 이르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죽도록 꼬리쳐도 죽어버리는 무수한 정자 속에서 간택된 것이 우리다. 하여튼 정자시장은 아무도 안 사갈 것 같은 것도 내놓고 희망을 가지는 곳이 정자시장이고 꿈이 정자처럼 활발한 곳이 정자시장이다. 불현듯 정자시장 돼지머리고기 집에 들려 제법 비계가 두툼하게 붙은 머릿살을 새우젓갈에 찢어 먹으며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들고 싶다. 자신이 사는 곳을 세세히 둘러보는 애정이 이렇게 좋은 시를 난전 같은 세상에 내 놓았다. 무척 기대가 되는 시인이고 시가 좋다. /김왕노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