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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 칼럼]동네 변호사

 

영화나 TV를 통해 일반적으로 보이는 변호사는 주로 돈을 쫓아가고 힘 있는 가진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부정행위를 숨겨주고 흥정해 주는 악역으로 나타난다. 일반 서민의 입장에선 필요한 상황에 처해도 찾아갈 엄두도 못 내고 오히려 상대방 측을 도와 나를 괴롭히지나 않을까 하여 욕을 하거나 또는 두려워할 대상이다.

그런데 동네 변호사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부터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동네 변호사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이 드라마는 사무장 1명, 여직원 1명에 사무실을 제집같이 생각하며 챙겨주고 헌신하는 오랜 고객 몇 명이 똘똘 뭉쳐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 같은 기적을 이루어내는 내용이다. 돈을 밝히지 않고 억울한 일을 통쾌하게 해결하고 거악을 깨부수니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변호사의 현실적인 업무과정에선 만날 수 없는 시나리오 속의 설정 상황이지만 은연중 변호사를 향한 일반 시민들의 기대가 담겨 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법률용어 구사에 있어 어설퍼 보이고 사건 전개 내용에 있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이라 그냥 드라마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이웃사촌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동네 변호사라는 표현이 너무나 정겹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들 동네 변호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들뿐이다. 옆 사무실 박준영 변호사는 돈 안되는 사건만 하겠다며 직원들 모두 정리하고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에겐 이런 편지가 하나도 없는데 그 사무실에는 나를 좀 도와달라, 면회 좀 와 달라는 구원 요청의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매일 야근에다 주말까지 일하는 것을 보며 제발 좀 일찍 집에 가서 쉬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옆 건물 ‘법률사무소 재인’, ‘법률사무소 고운’은 젊은 변호사 몇 명이 여직원 한 명을 두고 늘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으로 일하는 곳이다. 변호사법을 위반해 가며 변호사와 공생하는 사건 브로커가 없는 곳이라 과연 누가 일을 맡길지 걱정되어 찾아가 보면 그래도 칠판에는 재판기일 표시가 빼곡히 적혀져 있다. 오늘 안산에 있는 정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와 공동으로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계자와 미팅하며 함께 재판 준비를 하였는데 정 변호사는 이 회사 사건 하나가 자기가 다루고 있는 전체 사건의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므로 거의 올인하다시피 이 회사가 유리한 결과를 얻도록 집중하고 있다 한다. 아마 이 회사가 서울의 대형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였다면 그저 평범한 중간 이하의 고객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리라. 동네 변호사에게는 일반 시민의 소소한 분쟁 하나하나가 그 사무실 최대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직전 대한 변협 협회장을 한 위철환 변호사도 그저 평범한 동네 변호사로 예전과 같이 사무장 한 명, 여직원 한 명의 수원법원 앞 사무실로 복귀하여 열심히 법정을 오가고 있다. 보통 변호사 시대를 연다는 구호를 걸고 쟁쟁한 서울의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들을 물리친 끝에 지방 회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변호사 단체의 수장에 올랐던 위 변호사야말로 동네 변호사요 보통 변호사이다.

아직도 변호사를 물색하면서 예전에 판사, 검사를 했느냐, 담당 판사를 잘 아느냐며 확인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한 경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수임료를 올려 부르고 결과는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한다. 학연이나 연고를 따지는 변호사 선임 문화가 완전히 변하여 이제는 얼마나 내 문제에 공감하고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해줄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확신이 서면 선임 조건을 협의하고 사건을 의뢰하면 된다.

이젠 동네 변호사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법률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되었다. 만약 아직도 멀었다, 유전무죄이고 무전 유죄다, 변호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법과 정의가 흔들린다면 이는 국민 전체가 나서야 할 중대한 국가 문제이다. 2016년 상반기에 터진 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여러 사법제도를 고쳐야겠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동네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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