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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서울영일초등학교

 

얼마 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서울영일초등학교에서 개최된 재외한인학회의 ‘찾아가는 간담회’ 행사에 참여했다. 영일초등학교가 중국동포를 포함한 다문화가정 학생이 절반에 이를 뿐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문화소통세계시민양성 연구학교로 지정되었다는 점에서 방문 대상이 되었다. 재외한인학회는 지난 5월 하순에는 광주 새날학교와 고려인마을을 찾은 바 있었는데, 국내거주 조선족과 고려인 등 ‘재한’동포문제가 글로벌-다문화 한국사회의 현안 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4년 전부터 매학기 학생들과 함께 가리봉동과 대림동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수의 학생이 참여하는 전체 2시간의 수업인 만큼, 지역에서 활동하는 NGO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매번 새로웠고 학생들도 ‘조선족’을 ‘중국동포’로 인식하게 되고 중국동포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사실과 다름을 이해했다는 소감을 제출하곤 했다.

이번에는 학회 행사라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영일초등학교 안이섭 교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또 토론까지 가졌다. 필자는 그동안 중국동포가 많이 다니는 학교로 늘 대림동의 서울대동초등학교를 생각했다. 대림동 답사 일정 때마다 대동초등학교 앞에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영일초등학교도 가리봉 답사 일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영일초등학교는 대동초등학교에 비해 비율은 떨어지지만 중국동포 자녀가 전체 학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통계상으로는 37%이지만, ‘숨은 다문화’ 학생을 합치면 50%에 이른다는 설명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학생들 자신도 자신이 ‘다문화’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동초등학교에 중국출신(한족 포함) 학생이 많아지자 한국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인근의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영일초등학교에서도 중국동포들의 정주화 현상과 함께 다문화 중국학생들이 많아지자 한국학생들이 지역을 이탈하게 되었다.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배려정책으로 인한 일반학생들의 역차별, 낙후된 지역 환경과 교육여건이 그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의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 감소 및 학교전체의 기초학력저하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서울영일초등학교의 노력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겪는 언어의 문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 문화부적응, 낮은 소득에서 오는 열악한 가정경제 환경, 따돌림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0교시에 매일 1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국학생이 절반에 이르니 아예 국제학교로 특화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는데, 의무교육으로 진행해야 하는 교과교육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필자는 토론시간에 러시아 모스크바의 1086번 초중등통합학교(11년제)와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의 181번 초중등통합학교(일명 ‘정수리’학교)가 공립학교임에도 한국어특화학교로 운영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한민족)은 소수민족일 뿐이나 이들 한국어특화학교는 전교생에게 의무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지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그러나 학교당국의 많은 노력(여기에는 현지 한국인사회의 지원과 협력도 포함)으로 차츰 모스크바와 하리코프의 한국어특화학교는 모스크바와 하리코프의 명문학교가 되었다.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시대와 함께, 이제 중국의 동북과 동남연해 지역은 한국과 하나의 생활문화권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영일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국동포자녀가 많이 다니고 있는 국내 초등학교, 나아가 중등학교까지도 중국어특화학교로 운영해도 좋지 않을까. 지자체와 지역의 교육당국뿐만 아니라 재한중국동포사회도 지역의 학교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우리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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