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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 ‘소주’의 한자 이름엔 술 주(酒)자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소주(燒酒)라고 알고 있겠지만, 희석식 소주의 상표를 보면 분명 소주(燒酎)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소주(燒酒)였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온다. 태조 2년인 1398년 12월13일자 기록엔 이 같은 내용도 있다. “임금의 맏아들 진안군(鎭安君) 이방우(李芳雨)는 술을 좋아하여 날마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삼더니, ‘소주(燒酒)’를 마시고 병이 나서 졸(卒)했다.” 조선왕조실록엔 그 후 영조 13년까지 240여 년 동안 소주(燒酒)라는 한자 술 이름이 176회나 언급돼 있다.

‘세 번 빚은 술’ 혹은 ‘진한 술’이란 뜻의 소주(燒酎)라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다. 알코올 농도가 높다고 판단한 일제가 이름을 바꿔 썼던 것인데,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제조 회사의 제품명에 가려져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소주병에 얽힌 또 다른 사연도 있다. 유리병 모양이 같고 색깔이 모두 녹색인 연유다. 초기의 소주병은 투명에 가까운 연한 하늘색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4년 강원도 모 소주회사 출시 제품 이름에 걸맞게 병을 녹색으로 바꾼 것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타 업체들도 모두 바꾸면서 동색(同色) 병이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예 재활용과 원가절감을 위해 업체 간 빈병공용화를 체결하고 모양과 색깔을 동일하게 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국민 특히 서민들은 소주를 참 많이 마신다. 슬퍼서, 기뻐서, 우울해서, 심심해서, 심지어 날이 궂어서 등등 마시는 이유도 많다. 지난해 연말엔 “하루에 소주를 서너 잔 이내로 마시면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소식도 전해져 주당들의 입맛을 더 당기게 했다.

올 상반기 2홉들이 소주 16억1545만 병이 팔렸다고 한다. 출고가 기준으로는 1조6100억 원 어치다. 국민 1인당 29.3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20세 이상 성인 1인당 36.6병에 달한다. 지난 연말 소주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불황에 지친 서민들 소주로 달랬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는 시절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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