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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외면 받는 보신탕

요즘처럼 개들이 대접 받던 시절은 없었다. 개전용 특급 호텔이 있는가 하면 개들을 위한 독(Dog)TV, 반려견 신용카드도 있다. 개들의 놀이터 펫 카페는 미용실만큼이나 많고, 개들의 뇌와 건강에 좋다는 사료까지 나이별로 시중에 나와 있다. 주인만 잘 만나면 사람 못지 않은 호사를 누리는, 그야말로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1천만명을 넘었고 관련 시장만도 지난해 1조8천억원이 넘어섰다는 우리나라 얘기다. 거기에 2020년엔 시장규모가 5조원대를 내다본다니 외국처럼 TV, 스파, 러닝머신까지 갖춘 수천만원짜리 개집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죽어 호사를 누리는 개들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도 반려견이 죽으면 애견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해 영정을 비치하는 건 보통이다. 사체는 수의를 입혀 오동나무 관에 안치한다. 외부 조문객도 받는다. 장례일에는 제문을 읽고 가족들은 애도 한다. 비록 일부 매니아들의 얘기로, 유기견이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별난 애견사랑’으로 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고기라는 혐오식품이 있는 나라 ‘한국’을 감안하면 개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 걸까. 복날 원기회복 보양식이라는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따라서 도심 속 보신탕집도 이제 대로변이 아닌 골목 속에서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쇠락하고 있다. 대신 삼계탕을 비롯한 오리, 장어 등 또 다른 음식들이 급속도로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개고기는 아직도 50대 이상은‘없어 못 먹는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고,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환자 영양식으로 최고라는 예찬론자들도 있다. 그러나 반려견 사랑이 늘고 있는 20∼30대의 ‘개고기 혐오론’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거기에 현대인의 영양 상태도 충분히 개선돼 고단백 음식의 섭취가 굳이 필요 없어졌고. 또 다양한 건강 식품ㆍ의약품이 등장, 보신탕 문화 쇠퇴를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보신탕집들은 울상이다. 삼복인 데도 파리를 날리고 있어서다. 한국인의 바뀌는 식문화가 실감나는 여름이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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