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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생육하고 번성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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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19일  22:17:56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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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요즘 자녀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며칠 전 선배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딸의 중매를 부탁했다. 35세인데 아직 미혼이라며 큰 걱정을 했다. 어떤 사윗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라도 괜찮단다. 얼마나 고민이 되면 아무나 괜찮다고 할까 이해가 갔다. 나 역시도 31살에 장가를 들었다. 80년대만 해도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 27세, 여자 24세 쯤이었으니 결혼이 좀 늦은 편이었다.

결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통계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2015년 혼인·이혼 통계’조사 결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6세, 여자 30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의 초혼연령은 1.7세 상승했고 여성은 2.2세 올랐다. 혼인율 또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2천800건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고,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연애·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세대’가 늘어난 데다 혼인의 주 연령층인 20대 후반∼30대 초반 남녀 인구가 전년보다 20만명 정도나 줄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통계도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 가운데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0%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혼여성의 7.7%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혼 여성의 3분의 1에 가까운 29.5%는 자녀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꼭 있어야 한다고 답한 미혼여성은 28.4%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국의 출생아 수는 지난 2월 역대 최저치를 찍고 출산율 하락 추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임을 볼 때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결혼을 늦추거나 안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같은 현상은 사회문제를 넘어 국가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30년 후면 노동력 부족으로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 소비 감소로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국가경쟁력이 지금보다 그만큼 약화될 것이 뻔하다. 학령인구는 30년 뒤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학교가 텅텅 비게 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는 증가함으로써 이 추세대로라면 건강보험 재정은 2035년에, 국민연금은 2060년에 바닥이 난다. 생각보다 무서운 결과가 올 수 있다. 이처럼 초혼 연령의 증가와 이로 인한 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해나가지 않는다면 후손들에게도 고개를 들지 못 할 것이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한 성경 구절이 있듯이 창조주는 백성들이 이 땅에서 번성하기를 원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생육하고 번성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이 좋아, 나만의 자아실현을 위해, 또 나 혼자만의 보람있는 삶을 위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포기한다면 결국 교육, 정치, 경제, 문화 모두가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일이다. 그 일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 역시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다분히 철학적인 얘기인지 몰라도 사람보다 나만의 일만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은 결국에 그 흔적조차 사라지게 될 뿐이다.

결혼을 권하는 사회가 되고 국가 유지의 기본이 되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대책으로는 안 된다. 어느 대선 후보의 “결혼하면 1억 주고, 애 낳으면 3천만원 준다”는 황당한 공약도 아니다. 출산하기 좋은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내 아이가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드는 것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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