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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법치 위에 군림하는 통치

 

군 공항 이전이 수원뿐 아니라 광주, 대구 지역의 현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출신 지역 민심 챙기기 말 한마디에 행정부가 즉시 반응하여 오직 대구지역만을 위한 TF팀까지 만드는 상황을 보고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고시공부할 때 즐겨 토론하던 ‘법치 주의’를 떠올리며 검색해 보았다. 거기에는 ‘권력자의 독단이나 자의를 배격하고, 국가 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근대 입헌 국가의 정치 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이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정의와 형평’이라고 말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법치주의와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고 추가한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우리나라 헌법상의 대원칙이고 모든 공직자와 국민들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의 취임선서에도 이와 같은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법을 다루는 필자의 입장에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정부의 조치가 심히 우려된다.

이번 일을 자세히 풀어 보자면 지난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대구 군공항이 전 문제와 관련 “관련 법에 따라 대구 군·민간 공항의 통합 이전을 추진하라”고 지시하였다. 얼핏 보면 법에 따라 추진하라고 했으니 비난받을 사유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언급한 관련 법률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군공항 이전 문제는 대통령이 훈수 두거나 지시할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은 ‘지방 자치단체의 장은 군 공항을 이전하고자 하는 경우 국방부장관에게 이전을 건의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어 군공항이 전 행정의 주체가 중앙 정부가 아닌 자치단체장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시와 광주광역시는 이미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으며 대구광역시는 실질적인 건의서를 제출조차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국무조정실은 그 다음날 대구 군공항 이전을 추진할 TF팀까지 만들고 발 빠른 회의를 개최했다.

대구보다 앞서 이 사업을 진행해 온 수원과 광주는 한마디로 황당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느 국회의원은 “명백한 새치기이자 법 위반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무엇보다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운영돼야 할 안보 분야에서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박 대통령은 대구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역감정이니 국방력 강화, 경제적 타당성, 이전 예정 지역의 입장 등 일반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국가 정책결정과 집행의 적법절차 준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그간 법치주의, 민주주의 성취와 정착을 위해 희생해온 고귀한 노력이 매우 후퇴되었다는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 때문이라는 비통한 심정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제라도 정부는 관련 법률을 다시 확인하고 법이 정한 절차로 돌아가야 한다. 공군의 전략적 전술 운용,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두고 관련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아랫사람에게 지시할 일이 있다면 그 이전에 법이란 과연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를 먼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부와 고위 관리가 국민에게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할 테니 모두 법을 지키며 살아가자 말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찌할 것인지.

다행히도 이번 일을 통해서 군공항 이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 필요성도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구뿐 아니라 수원, 광주 지역을 동일선상에 놓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사업을 담당 부서에서 진행 시키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군공항 이전사업의 타당성이 전문기관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고 필요성이 확인되면 그 추진 기관인 국방부에서는 꾸물거리지 말고 명확하고도 신속하게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 물론 투명하고 속 시원하게 그때그때마다 공개되고 검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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