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밖
/최명길
대문 밖 바스락거려
문틈에 귀 대고 들었다
동해 수평선 달뜨는 소리
돌아나오다 다시 바스락거려 몸을 돌렸다
그 사이 벌써 해 지고
서산 아래 절벽으로
한 생애가 떨어진다
-최명길 유고시집 ‘잎사귀 오도송’에서
일출의 장관은 더 설명할 일이 없다. 떠오를 때의 에너지야 표현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강력한 에너지는 하루종일 만물의 생명과 활동 에너지로 모두 소모된다. 그리고는 서산 벼랑 아래로 힘없이 떨어진다. 시인은 이러한 거대한 움직임을 대문 밖 바스락거림만으로 듣고 있다. 태양의 하루활동과 대문 밖 바스락거리는 소리의 만남이 절묘하다. 대문 밖에서만이겠는가. 이는 분명 대문 안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니, 인간사 모두 태양이거나 귀 대어야 겨우 들리는 바스락거림이 아닐까.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