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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사라진 신뢰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을 얘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일본 기업이 있다. 세계적 계측시스템제작 회사인 ‘호리바’ 라는 기업이다. 배출가스의 성분을 처음 측정한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소와 이를 토대로 조작사실을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국의 계측시스템이 바로 이 회사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들은, 만약 이 같은 계측기가 없었다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은 그냥 묻혔을지 모른다고도 얘기한다.

덕분에 지난 가을부터 폭스바겐은 시련과 굴욕의 계절을 겪고 있다. 자동차를 판매한 모든 나라의 의회에도 불려 다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회 국감장 증언석에 선 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코리아 대표는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정작 사과는 안했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보상계획은 무엇이냐”고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도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도 했다. “범죄행위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도 답은 똑 같았다. 마치 자신들의 잘못이 없는 듯 책임까지 전가 했다.

그들의 오만은 지난해 11월 15차종 12만6000대가 인증취소 처분과 리콜 명령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또 정부가 요구한 제대로 된 리콜계획서 조차 제출을 미루기 까지 했고 마지못해 ‘한 줄’짜리 해명서를 내거나 장치 조작사실을 시인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리콜 처분에 따른 검찰 조사에서 인증서류 위조사실까지 드러났다.

소비자와 정부를 호구로 본 것이나 다름없는 폭스바겐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해 최근 환경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하지만 상처 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치유 하는 데는 별도움이 안 된다. 자동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비교적 관대했던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게 표면에 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과징금적용 부과요율을 낮춰 당초보다 절반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해 더욱 그렇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 는 없는 일을 정부가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하다. 정부의 신뢰도 함께 사라진 이번 사태를 보며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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