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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범 울밑에서 울부짖어도/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구렁이 꿈틀대며 처마 끝에 매달려도/드러누워 그 모양 볼 수 있지만/한 마리 모기소리 귓가에 들릴 때는/간담이 서늘하고 기가 막혀서/오장이 죄어들고 끓어오르네.” 다산 정약용의 ‘얄미운 모기 증문(憎蚊)’ 이란 시의 일부다.

굳이 이같은 시문(詩文)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사람을 공포로 몰아 넣는 모기의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선 소리만 놓고 보자. 3㎎밖에 안 되는 작은 덩치지만 ‘앵∼’하며 내는 목청은 500∼600㎐쯤으로 거의 소음 공해 수준이다. 앞날개를 초당 250∼500번이나 떨어대는 덕분이다. 종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신호이자, 암수끼리 작업을 걸고 사랑을 속삭이는 이 같은 밀어에 이기는 장사가 없다. 웬만한 사람들의 잠을 깨우고 한여름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그러나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의 본업(本業)에 비하면 이는 애교에 속한다. 피부를 찌르면서 함께 넣는 병원균이 인류의 생명을 수도 없이 앗아 갔기 때문이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 말라리아는 지금도 해마다 전 세계에서 4억∼5억명이 감염되며, 이중 150만명 정도가 숨진다. 단일 질병으로는 가장 많은 수다. 아프리카에선 30초마다 어린이 1명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1년에 100만 여명이 사망한다.

세계 각국이 인류 ‘공공의 적’을 퇴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모기에게 ‘백전백패’중이다. 인간의 역사는 ‘모기와의 전쟁’으로 점철됐다고 할 정도로 끈질긴 악연의 연속, ‘모기퇴치’를 위해 다음과 같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한때 빌 게이츠가 말라리아 박멸을 위해 암컷 모기의 날개 진동수를 측정해 사살하는 ‘모기 살상용 레이저’라는 발명품을 개발해 선보였고 말라리아 창궐지역에서 사용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현대판 ‘견문발검(見蚊拔劍)’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긋지긋한 모기들이 올 여름 우리나라에선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지카 공포' 로 인한 유충 박멸작전과 무더위 덕분이라고 하는데 열대야로 설치는 한 여름 밤, 모기라도 적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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