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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1887년 3월 6일 경복궁의 후원인 향원정에 전기로 불을 밝혔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본 이 불에게 갖가지 이름을 붙였다. ‘물불’ ‘묘화(妙火)’ ‘건달불(乾達火)’ ‘괴화(愧火)’ 등등. 당시 처음 켜진 전등의 수는 16촉광 700개라고 한다. 촛불 하나가 1촉광도 못되니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같이 조선의 어둠을 밝히는 데는 전기를 생산한 발전기가 있어 가능했다.

10여 년 후 조선에서도 전기 장사가 시작됐다. 1898년 국내 최초 전기판매회사인 ‘한성전기회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명색은 민간회사지만 관리는 나라가 맡은 이 회사의 첫 사업은 서울 흥화문과 동대문 간의 전차 운행이었다. 이듬해에는 종로에서 전등 사업도 시행했다. 이는 우리나라 민간 전등사업의 시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설치비가 쌀 두 가마니 정도로 매우 비싸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연간 생산량 2606억3600만kWh, 1인당 소비량 4830kWh, 발전설비 보유량은 세계 15위권. 향원정에 전기가 들어온 지 120여 년이 지난 우리나라 전력 현황이다. 전기를 팔아 벌어들이는 돈만도 연간 58조5403억 원(2015년 기준)에 이른다.

전기의 품질도 ‘전고조파왜율’이 5% 이내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고조파왜율’이란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는 왜곡이나 잡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며, 보통 10%가 기준이다. 기준의 절반수준 덕분에 전기의 품질이 절대적인 반도체 생산도 가능했고 스마트폰 등 각종 정밀기기 제작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금체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중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도는 특히 심하다. 전기가 부족하던 40년 전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많이 쓸수록 요금을 더 내게 했던 이 제도를 지금까지 ‘칼’같이 시행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삶의 질이 향상, 에어컨 등 각종 전자제품 사용이 늘어난 요즘, 최저요금의 11.7배나 되는 요금폭탄을 맞고 있는 주민도 부지기수라 한다. 그런데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급기야 일부 주민이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사법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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