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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펼쳐지는 민속공예의 향연

민족정서 담아내는 여련옥 씨
한지·나뭇가지로 작품 만들어

 

종이를 끈으로 만들어 끈을 여러가지 방법과 모양으로 엮어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또 종이를 잘게 찢어서 그릇모양의 틀에 조금씩 붙여가며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고무떡으로 돌돌 동그랗게 말기도 하고 가늘게 말기도 한다. 또 나무가지와 옥수수껍질까지도 하나의 작품이 된다. 가끔 수수함은 이토록 고고함이 된다. 하나의 작은 표정도 놓치지 않고 우리 옛 선조들의 삶과 생활을 정다웁게 표현하기에 노력하는 여련옥(1962년생)씨를 지난 3일 만났다.

길림성 서란시에서 태여난 그녀는 세살적 감기주사로 인한 부작용으로 부득이하게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였지만 그 신통하고도 정감이 넘치는 야무진 손끝은 살아있는 옛날풍정을 곧이곧대로 그려가고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한지민속공예, 오로지 옛이야기와 옛 정서가 마냥 좋다는 리유로 이 작업을 멈출수가 없단다. 우울한 표정, 즐거운 표정, 부러운 표정… 그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도 놓칠세라 그녀는 수없이 반복을 거듭하여 만들어간다.

“표정이 살아있어야 작품도 살죠!”

장독대옆 동구밖에서 그네를 뛰는 녀자애들이 있고 돌담우에서 그걸 부러운듯 지꿎게 훔쳐보는듯한 오누이가 있고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마당의 흰바둑이도 꼬리를 흔든다. 나무가 푸르고 꽃이 그리 만발하지 않는걸 보아 대충 봄이라 여겨지는 한 장면이 한지공예로 재탄생되였다. 아홉명 아이들의 얼굴표정이 저마끔 다른것이 자못 흥미롭다. 민속놀이로 행복한 동년의 한때를 보내고있는 시골아이들의 모습이다.

백년가약을 맺는 장면도 있다. 전통혼례 이인교가마에 앉아 시집가는 새각시는 연지를 바르고 고개를 살포시 숙였다. 말에 올라탄 신랑은 즐거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수백년전의 전통혼례, 조상들의 숨결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나무가지로 알심 들여 만든 전통가옥, 옥수수껍질로 드리운 지붕, 그 우에는 탐스러운 호박이 넝쿨졌다. 수확의 계절인듯하다. 연분홍 나팔꽃이 드리운 키가 저마끔 다른 울타리들은 정다움을 안겨준다. 두메산골 한 산간마을의 농부내외는 귀여운 병아리들이 삐약대는 뜰에서 한적한 가을날의 한때를 보내고있다. 농경문화를 틀로 삼아온 우리 민족의 사랑스러운 농촌풍경을 살아있는듯이 녹여냈다.

그녀가 펼치는 아기자기하고 정다운 민속공예품들의 하모니: 지게, 콩나물시루, 매돌, 쇠가마, 소수레, 물레방아, 정자, 장독대… 여련옥씨는 소박한 바가지 하나로도 우리 고유의 색갈을 남김없이 나타낼수 있단다.

손끝에서 펼쳐지는 민속공예의 향연을 우리 고유의 삶과 멋으로 표현된 작품으로 느끼고 호흡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있다. 여련옥씨는 민속공예 애호자들을 배워주고 민족정서와 이야기를 담은 우리것들을 만들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류설화·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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