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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슈퍼박테리아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것은 1928년이다. 그리고 인류는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벌여온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본격 상용화된 2차 대전 이후에는 희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폐렴 매독 천연두 등 난치병에 대해 획기적 효과를 보였고 심지어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죽던 환자까지 거짓말처럼 완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음을 감지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진화한 세균이 등장하기 시작해서다. 금속을 녹일 정도의 진한 황산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세균도 있고, 수심 11㎞나 되는 태평양 속에 살고 있는 세균도 있으며, 심지어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생명력을 인류가 간과한 것이다.

곧바로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1961년 영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세계 최초로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수없이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미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이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만3000명 이상이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영국도 유럽에서 한 해 3만 명이 슈퍼박테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는 2050년께 전 세계적으로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1000만 명을 넘고 그 경제적 비용도 10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도 있다. 이는 암 사망자 수 전망치인 82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은 항생제의 남용에서 기인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항생제 소비강국(?)이다. 심지어 감기 치료에도 필요이상 항생제를 사용할 정도다. 그 어느 나라 보다 페니실린과 함께 출현한 괴물, 슈퍼박테리아에 특별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가 어제(11일)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20% 감소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잘한 일이다. 철저한 시행을 기대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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