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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식중독과 콜레라

세균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0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웨스터체스터대학 연구진은 뉴멕시코주의 지하 600m 소금광산에서 ‘바실루스 페르미안스’라는 이름의 2억5000만 년 된 세균을 되살려냈다고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보다 앞선 1996년에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300만 년 동안 시베리아 동토층 밑에 얼어 있던 세균을 살려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균의 끈질긴 생명력의 비결은 단순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신진대사를 일절 중단한다. 심지어 한 세기에 한 번 정도 분열하거나, 500년에 한 번 이상은 분열하지 않은 세균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분열이 시작되면 분초를 다툰다. 일부 식중독균의 경우 1마리가 2마리로 증식하는 데 10분이 걸리지만 4시간이 지나면 1677만 마리로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세균 중 여름철 우리의 건강을 가장 위협했던 것이 콜레라균이다. 조선시대부터 설사·구토를 동반한 괴질, 혹은 호열자란 이름으로 수없는 생명을 앗아간 주범이기 때문이다. 조선 순조 21년(1821년)엔 열흘 만에 1000명이 숨졌고, 고종 32년(1895년)에도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 평양에서만 500여 명이 사망했다. 20세기 들어선 더했다. 1919년에 1만6915명이 감염돼 1만1084명이 죽었고,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는 1만5600여 명이 콜레라에 감염돼 62%인 1만181명이 사망했다. 1972년 2월에는 김종필 총리가 ‘콜레라 박멸의 해’로 정하고 보균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였다.

여름철 우리를 괴롭힌 세균은 콜레라뿐만이 아니다. 식중독균도 마찬가지다. 그중 포도상구균은 몹시 고약하다. 섭씨 36도 상황에서 2630마리가 1시간 뒤엔 9300마리, 2시간 뒤에는 5만2000마리로 늘고, 3시간 뒤에는 37만 마리까지 증가하면서 식중독을 일으켜서다.

유례없는 8월 폭염으로 전국 각지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이어지고 후진국병 콜레라까지 15년 만에 발생했다. 예방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뭐든 익혀먹고, 손을 자주 씻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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