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목요칼럼]우병우 앞에 선 검찰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게 된다. 이 광경이 참으로 이색적이다. 한 달 동안 계속된 논란의 중심 인물인 우 수석을 조사하고 수사 의뢰한 이 감찰관이 함께 수사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감찰관에 대한 수사는 한 단체의 고발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청와대의 의지가 실려있다.

청와대는 이미 이 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고 비난하며 “국기를 흔드는 위법행위”라고 규정했다. “감찰 내용을 유출하고 의견을 교환한 것은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한 상태이다.

검찰로서는 여러 가지로 당혹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민의 상식으로 보았을 때 검찰 수사가 향해야 할 중심 인물은 당연히 우 수석이다. 그를 둘러싸고는 그동안 처가 집안의 부동산 매매, 아들의 경찰 ‘꽃보직’ 논란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청와대는 막상 아무 것도 입증된 것이 없다고 반박하지만, 수긍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의혹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요구된다.

그런데 문제는 수사해야 할 대상은 정권의 최고 실세로 불리우는 현직 민정수석이다. 우 수석이 그동안 정부의 사정기관들을 좌지우지 하면서 특히 검찰 인사를 주도해 왔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그렇다면 사실상 검찰을 통제하고 관리해온 민정수석을 상대로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 우 수석이 사퇴를 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본인도 청와대도 그럴 의사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 수석이 건재하여 실권을 휘두르는 상황이 계속될지 모르는 현실은 당장 수사를 해야 할 검찰에게는 위협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다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검찰은 떨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이미 이 감찰관을 국기를 흔든 위법 행위자로 규정하지 않았던가.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는 검찰을 향한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된다.

이제 이 상황에서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할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실과 법에 따라 소신껏 수사를 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채 정치검찰 소리를 들어왔다. 더구나 홍만표·진경준 비리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이번 우병우-이석수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죽을 수도 있고 살아날 수도 있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청와대가 무엇이라 했든, 어떤 외압도 의식하지 않고 검찰이 오직 소신에 따라 수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동안 불신받던 검찰은 신뢰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정권의 눈치부터 보면서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하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검찰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특별수사팀장과 우 수석의 가까웠던 인연들에 대한 우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설혹 검찰이 정치적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수사결과를 내놓는다 해도 그것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여론은 다시 거세질 것이고,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는 특검이 추진될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덮었던 일들이 특검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권력은 짧지만 역사는 길다. 검찰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죽는 길인가, 사는 길인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