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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구름 단상(斷想)

한낮 거리에 나서면 훅 끼치는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풍성한 몸집을 크게 키운 구름들이 넓게 퍼져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잊혔던 추억도 되살아난다.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 잠시 더위를 식혀주기라도 하면 설레는 맘은 더 뛴다.

문인들은 구름을 빗대 사랑의 이어짐을 다각도로 나타냈다. 난초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은 ‘구름’이란 시에서 “구름이 되어 허공에 떠 어디로든지 자취 없이 가고 싶다”고 했고, 시인 김소월도 ‘구름’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저기 저 구름을 잡아타면/불게도 피로 물든 저 구름을,/밤이면 새카만 저 구름을./잡아타고 내 몸은 저 멀리로/구만 리 긴 하늘을 날아 건너/그대 잠든 품속에 안기렸더니,/애스러라, 그리는 못 한 대서,/그대여, 들으라 비가 되어/저 구름이 그대한테로 내리거든,/생각하라, 밤저녁, 내 눈물을.”

여름 하늘을 수놓는 구름 중 적운(積雲)이라 분류되는 하얀 뭉게구름은 상상력을 더욱 높인다. ‘쌓인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는 이 구름이 한가로이 하늘을 떠갈 땐 마음도 함께 둥실 뜬다. 보고 있노라면 천천히 움직이는 만큼 생각의 폭도 깊어만 가고.

그러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구름만 느린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부는 바람도 느리고, 사람도 느리고, 시간도 느리다. 가는 차도 느리고, 흔들리는 가로수의 잎들도 느리다. 어느덧 지는 해의 노을에 물든 새털구름도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산에 걸린 해마저 느리게 넘어간다. 빨간 신음을 토해내며.

엊그제 입추가 지났지만 “여름해는 참으로 길다”란 생각이 절로 든다. 더불어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예보를 들으며 “가을은 아직 멀었나”도 되뇐다. 그래도 이 여름날에 여름밤이 있다는 것을 큰 위안 삼아보지만 열대야는 이 같은 희망을 좀처럼 허락지 않고 있다. 구름은 우리들에게 날씨의 변화를 알려주는 주요 기상요소 중 하나이지만 아직 언질을 주지 않는다. 먼 하늘 구름을 보며 곧 가을이 오겠지 희망을 품어보는 오늘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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