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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함께 아이 키우기’ 교육공동체로 꿈 이뤄요

 

■ 안양발도르프 학교를 찾아서

인지학을 창시한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신체와 정신적인 성장이 골고루 동반된 교육을 한다는 취지로 1919년 발도르프 학교를 운영했다. 인간의 발달단계에 따른 가르침을 중심으로 살아있는 상상력과 감성을 이끌어내는 발도르프 교육 방식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이 시작된 독일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지난 2010년 기준 1천개를 돌파했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 초 도입돼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여개의 학교가 들어서 있는 상태다. 그 중에서도 안양에 자리하고 있는 ‘안양발도르프학교’는 학교와 가정이 함께 교육공동체를 형성, 지역사회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을 목표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안양에 터를 옮긴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과 주변 학교의 체험학습 요청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그 열기가 뜨겁다.

12명의 담임·전문 교사가 33명 학생 수업
원활한 소통 가능 ‘가족적인 분위기’ 형성
학부모-교사 협의체 구성 직접 학교 운영

일반·보육시설 아이들 참여 체험교실 활동
올바른 교육방법·철학 공유 ‘학부모 강연’
인근 대안학교와 연계 지역문화 학습 강화


안양발도로프 학교는 지난 2001년 광명시의 지역방과후학교인 ‘구름산자연학교’에서 시작됐다. 이후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의 연속성을 위해 2012년 ‘구름산발도르프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올해 3월 안양 석수동에 터전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안양발도르프학교는 현재 담임교사 5명과 체육·예술 등 전문교사 7명 등 12명의 교사가 총 33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과정은 8~15세(한국나이)를 대상으로 하는 ‘담임과정’(1~8학년)과 16~19세의 학생들이 듣는 ‘청소년과정’(9~12학년)으로 구성된다.

다른 학교에 비해 구성원이 적은 만큼 학생과 교사 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교의 운영방식도 일반학교들과 다르다.

학부모와 교사가 학교를 만들어 간다는 취지로 학부모와 교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예산계획, 대외협력 등 학교의 주요 사안들을 직접 총괄·운영한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터전에 대한 부분도 학부모와 교사가 맡아 진행됐고, 교실의 인테리어와 벽지작업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나섰다.

안양발도르프학교 도경희 담임교사는 “교육이 시작된 독일에서는 전통이 오래된 만큼 학교예산의 약 80%가 국비로 지원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육이 도입된지 10여년에 불과해 지자체의 예산을 받는 학교는 극히 일부고, 지원시스템도 미비하다”면서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부모와 교사로 구성된 협의체는 학교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교육환경이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학부모와 교사 간의 협의체를 넘어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공동체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발도르프교육 체험교실’과 ‘학부모 강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우선 발도르프교육 체험교실의 경우 일반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과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키워가는 보육시설 아이들이 발도르프 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내 학생 모두와 함께 교류·협력해 훗날 성장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또 학부모 강연은 연령별에 따른 올바른 교육방법을 가르치고, 삶의 철학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소통 창구를 조성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사고 확장과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역 역사 및 문화 학습을 위해 ‘벼리학교’와 ‘새들경당’ 등 인근 대안학교와 연계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안양발도르프학교는 이같이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네트워크를 형성,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꾸려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도경희 담임교사는 “아직 안양에 뿌리를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안양발도르프학교가 가지고 있는 숙제”라며 “교육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쟁 아닌 힐링 선사… 균형잡힌 미래 꿈나무 양성 밑거름

안양발도르프학교 정 혜 은 대표교사

 

 

 


“발도르프 교육의 목표는 현대인들의 병든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죠.”

안양발도르프학교 정혜은 대표교사는 발도르프 교육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 각박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교사는 “발도르프학교가 추구하는 것은 한 분야에 치중돼 있지 않은 ‘균형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라며 “누구나 각기 잘하는 것이 다르지만 현대교육은 지(知)적인 분야에 쏠려 있고,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경쟁과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데 의지·감성·사고의 고루갖춤을 강조하는 발도르프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치유 교육을 위해 안양발도르프 학교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교육공동체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일반 혹은 취약소외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발도르프 체험교실’은 자연을 소재로 한 음악교육·수공예 작품 만들기 등을 진행,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심적 고통’을 완화시키고 있다.

정 대표교사는 “발도로프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일반화돼 있는 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학구열로 학습동기가 부족한 유아기 학생들이 일찍부터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들이 지속되면 학생들은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고,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데 ‘치유’ 중심의 발도르프 교육은 어려서부터 극한 스트레스에 쌓여 있는 친구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들의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시키는 한편, ‘발도르프 공방’을 통한 예술품 전시로 자연스러운 심리 치료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도 두고 있다.

정 대표교사는 “진정한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지학을 배우는 발드로프 교육은 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뜻깊은 전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이같이 학교가 가지고 역할을 넘어선 교육공동체 조성을 위해 눈에 잘 띌 수 있는 곳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도르프를 통해 학생들이 현재 한쪽으로 치우쳐진 교육에서 탈피, 지덕체를 균형적으로 갖춘 미래의 일꾼으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이로 인해 앞으로 사회에 나아갈 미래의 꿈나무들이 지금보다 더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용현기자 cyh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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