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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영원한 막둥이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는 6년 전 한 뱡송에 출연, 자신보다 먼저 떠난 고 배삼룡에게 영상편지를 띄웠다. “먼저 가서 잘 있니? 너 내 생각 안 나니? 난 네 생각만 하고 있다. 거기서 잘 살아. 하늘 나라 좋은 나라다”라고. 그랬던 그가 지난 27일 그곳으로 떠났다. 향년 90세, 1945년 “딱 사흘만 하라”고 아버지께 허락받고갔던 악극단과의 인연으로 코미디언이 된지 71년만이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요즘 아이들도 아는 유행어의 주인공, ‘채플린식 코미디를 꿈꾸며 한 평생 눈물 스민 웃음을 위해 달려온 광대’, 등으로 불렸던 그는 ‘막둥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친근하다. 그는 부자집 막내 아들 같은 외모 덕분에 1956년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년뒤 막둥이 역할을 맡았던 ‘오부자’란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평생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배고프고 힘든 시절 국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으니 저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영원한 코미디언임을 자처하며 ‘코미디가 나의 운명’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코미디언이 나이 먹어 웃음을 선사하지 못 할망정 비난을 받아선 안 된다”며 평소의 삶 또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내가 웃기지 않았지만 남들이 박장대소하는 것을 볼 때 가장 좋다”고 할 정도로 ‘웃음예찬론자’였던 그는 1969년부터 1985년까지 15년 8개월동안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국민 코미디 프로그램을 이끌기도 했다. 400여 편의 영화, 980여 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브라운관 속에서는 푸근한 동네 할아버지였지만, 실제 그는 원칙주의자였다. 세상에 웃음을 주기 위해, 스스로에게 철저해서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특히 시간과 약속을 지키는 것에 철저 했고. 약속을 했으면 무슨 한이 있어서 칼 같이 지킨다고 해서 ‘구학질’ 이란 별명도 있다. 사람을 질리게 해서 붙여졌다나. 남에게 웃음을 주면서 자신에게 더없이 철저 했던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오늘이(29일) 그의 발인이다. 영면을 기원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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