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는 주민들과 정부가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장소로 주민들이 아고라에 모여 관심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지역과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래서 아고라는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이며 주민들의 의사소통공간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의 규모도 커지면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도 어렵게 되었고, 또 국가의 형성과정에서 민주주의 형태도 변화되어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과 정부와의 의사소통도 주민대표를 통하거나 여러 단계의 의사전달 경로를 거치게 되면서 주민들의 의사와는 다른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여 주민들은 정부에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 많은 지방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홍보도 하고 여론조성도 하면서 주민들의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지금 하고 있는 정부 서비스에 대하여 만족하는지, 바로 잡을 것이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자 조사도 하고 의견도 청취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방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떠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행정정보공개 요청을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도 역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관보나 일간지에 지방정부의 업무나 주민관련 소식을 게재하여 알려주기도 하고, 재정운영에 관한 사항은 공개적으로 공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정보의 공개나 알림은 일방적인 정보공개 차원으로 주민들과의 의사소통과는 거리가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정부와 정확하게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하여 좋은지, 싫은지,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가 현재에 있다면 정부에게 자신의 의견을 보다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에 대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시기에 평가하여 분기별 연도별로 집계하여 그 결과를 공개한다면 정부와 주민 모두 정부 서비스의 평가 내용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주민과 정부와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향후 정책에 주민들의 평가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고 주민도 여러 사람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알 수 있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주민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하여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할수록 주민들의 만족도 높아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주민평가가 가능하도록 인터넷에 지방정부별로 주민평가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고라의 한 대안일 수 있다.

지방정부는 온라인으로 주민설문조사와 유사한 공공서비스 평가양식을 만들어 주민들 누구나 접속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주민 한 사람은 일정한 기간에 한 번의 평가만 하도록 하여 중복평가를 방지하고 간단한 인구통계학적 정보만 알려주면 주민의견 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평가대상 공공서비스는 학교, 공원, 경찰, 소방, 교통, 문화 등 주민생활에 밀접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공서비스는 아니라 할지라도 자동차 정비요금, 생활필수품에 대한 소비자 가격, 시장이나 슈퍼마켓의 상태 등에 대한 평가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공개된다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학교, 경찰서, 소방서는 물론이고 시장이나 기업도 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주민도 과거보다는 발전하는 지역의 현실을 인식할 수 있고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지방정부는 인터넷에 해당지역의 아고라를 만들고 주민들은 인터넷 아고라에서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관심사항에 대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주민들이 정부에 원하는 것이 정부에 잘 전달되어 희망하는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한 지방자치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