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북한핵 제재와 김영란법의 제재

 

국제법도 법인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논의를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북한은 1993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영변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며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그 후 2006년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올해 1월 6일과 지난 9월 9일 4차, 5차 핵실험을 연거푸 실시하였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여러 번 채택되었고, 지금도 추가제재가 논의 중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UN의 제재는 회원국의 북한에 대한 군수품의 수출금지, 관련 북한 인사의 입국 금지, 해외자산 동결, 북한 국적의 항공기나 선박의 입국금지 등이다. 이러한 제재는 물론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야기하고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NPT 탈퇴로부터 20년 넘게 UN 안보리 결의 위반과 제재가 반복되었지만 북한 정권은 이러한 제재를 무시하고 폐쇄적인 사회를 유지하면서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최대 무역 및 원조국인 중국이 작심하고 제재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과 세계 2강을 다투는 자국의 입장에 따라 제재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국제법에 따르면 무력제재도 할 수 있지만, 수많은 무고한 피해자 특히 대한민국의 피해를 막을 길이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국제법의 제재는 현실적 한계

법은 강행성이 특징이다. 강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의 존재가 전제된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UN의 제재, 즉 국제법적인 제재는 국내법에 비하여 강제력이 현저히 낮다. 물론 강제력과 실현가능성은 국내법에서도 필요하다. 법이 실제로 행해지지 않으면 국민의 준법정신만 떨어뜨린다.

대표적 사례가 독일의 사회권 규정들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후 1919년 헌법에서 의무교육, 노동자의 권리,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권 규정들을 헌법에 규정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패전의 결과 경제가 망가지고 재정이 파탄 난 상태여서 이러한 사회권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고, 헌법상 이 규정들은 아무 규범력이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우표 한 장을 사려면 지폐를 한 다발 가지고 가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독 헌법(Bonn 기본법)은 사회권 규정들을 다 없애고 그냥 사회적 법치국가라는 원칙만 선언하였다. 하지만 경제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헌법에 구체적 규정이 없어도 현재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효성이 없는 법은 우리나라에도 많다. 북한핵에 대한 제재는 마땅한 강제수단이 없어서이지만, 국내법은 다 적발해서 처벌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낙태죄를 보자. 낙태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주변에서 낙태죄로 실형을 받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끔 신문에 나는 사건은 경쟁 병원이 신고해서 어쩔 수 없이 입건된 경우로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비공식 통계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 태어나는 아기보다 낙태되는 아이가 더 많을 정도라는데도 말이다.



법은 반드시 필요한 최소 사항만 엄격히 규정하고 집행해야

추월선 계속 주행, 3분 이상 공회전 금지, 또는 하이패스 진입 시 시속 30㎞ 등 교통법규에서도 현실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운 규정들이 많다. 요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하려고 만든 것으로, 최근 일련의 판검사 부패사건에서 보듯이 수천 수억 원의 뇌물은 형법상 이전에도 처벌되었고 지금도 처벌되고 있다. 큰 액수의 뇌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형량이 더 높은 형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 법은 몇 십만 원의 사소한 사건이 주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다 적발해서 처벌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법망(법의 그물)을 큰 고기는 뚫고 나가고 작은 고기는 빠져나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법률 위반자 모두에게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어쩌다 걸리는 사람들만 제재를 받는다면 국민의 준법정신만 낮추게 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