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산집의 일 없는 사람/ 가을꽃을 어여삐 여겨/ 지는 햇빛을 받으려고/ 울타리를 잘랐더니/ 서풍이 넘어와서/ 꽃가지를 꺾더라" 한용운님의 추화(秋花)라는 시다.

빼앗긴 조국을 가을꽃에 빗댄 의미 깊은 시구(詩句)지만 읊으면 “봄꽃은 화사해서 가슴에 깃들고 여름꽃은 강렬하여 심장에 피며 가을꽃은 청초해서 그리움을 닮고 겨울꽃은 고결해 영혼을 담금질한다”고 계절 꽃의 정감을 노래한 선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그리움을 안겨다주는 가을꽃. 국화과 식물인 구절초, 감국, 개미취, 벌개미취, 산국, 쑥부쟁이, 코스모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가을꽃은 겨울이 오기 전 늦게 피는 꽃이기 때문에 씨도 작고 대부분 열매가 없다.

그중 가을의 대표 꽃은 구절초다.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그 꽃이다. 사실 들국화는 국어사전에는 나오지만 식물도감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들국화를 산국(山菊)의 다른 이름 또는 감국(甘菊)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노랗게 피는 산국이나 감국 꽃보다 하얀 구절초 꽃을 들국화로 알고 그렇게 부르고 있다.

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는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꽃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다. 시인 안도현도 17살 때 박용래의 시 ‘구절초’를 읽고 좋아했지만 정작 구절초를 알게 된 것은 20여년 지나서였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무식한 놈’이라는 제목의 시도 남겼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가을이면 우리 산 어디에나 피는 구절초(九節草). 5월 단오에 줄기가 다섯 마디였다가 9월 중양절(음력 9월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우리 선조들은 피는 흰 꽃잎이 신선보다 돋보인다 해서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렀다. 공주 영평사, 정읍 옥정호에서 구절초 축제 준비가 한창이고 단양 감골바람개비마을과 평창 휘닉스파크일대에도 쑥부쟁이와 벌개미취가 군락을 이루는 요즘, 우리 산야 어딜 가나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이는 가을꽃이 지천이다. 선선한 가을볕 속에.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