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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회의원들의 파업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감을 비롯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전면 거부를 선언했고, 야당들은 단독국감이라도 진행할 태세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일정을 중단한 채 상호비난과 물밑접촉을 하는 장면을 이전에도 숱하게 보아왔다. 이러한 의원들의 ‘파업’ 사태는 지난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야당의원들만의 투표로 통과되면서 야기되었다. 여당은 여대야소 국회였던 지난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하여 극구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 들어 여소야대로 입장이 바뀌자 이번에는 오히려 여당이 해임건의안의 통과를 막기 위하여 무제한토론을 시도했다. 그러나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본회의가 개의되어 실패했다고 한다. 이에 대정부질문에서 장관들을 동원하여 시간을 끄는 새로운 필리버스터를 시도하여 밤 12시를 넘기게 만들었고, 야당출신의 국회의장은 차수변경을 선언하고 표결에 부쳐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여당은 국회일정을 변경하려면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런 협의 없이 차수를 변경하였으므로 해임건의안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멀게는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하여 여야의 의견이 분분하자 여당이 퇴장해버리고 야당 단독으로 부적격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낸 때부터 문제였다. 여당은 청문회 과정 자체가 다수 야당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다수와 소수의 교체경험을 잊지 말아야 성숙한 민주주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국회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므로 강제력은 없다. 청문회 결과 역시 대통령을 강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청문회 결과 부적격 의견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것과 해임건의안의 가결에도 불구하고 해임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위반은 아니다. 헌법에는 단순히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지만, 그 해석상 국무위원이 된 이후의 행적이 그 대상이라 할 것이어서 이번 건은 과연 해임건의의 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렇듯 이번 김 장관의 임명과 해임건의안의 처리과정은 매끄럽지 못하였고, 여야의 정치적 갈등만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이는 표면적 이유만이 아니라 곧 이어질 대선정국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역지사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당과 소수당의 교체 경험이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 된다. 다만 이는 다수당이 예전의 소수당 시절을 잊지 않을 때, 그리고 소수당도 예전의 다수당 시절을 잊지 않았을 때 그렇다. 다수당은 자신의 소수당 시절을 생각하여 횡포를 부리지 않고, 소수당도 다음에는 다수당이 될 수도 있으므로 다수의 뜻에 승복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처럼 “과거를 묻지 마세요.”식으로 당장의 이해관계와 진영논리에 갇혀 법을 무시하거나 불합리한 주장을 계속한다면 성숙한 민주주의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국회의 존재의미는 국민의 다양한 생각이 표출되고 수렴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여야 갈등은 의미가 있다. 국회는 다른 국가기관들과 다르다. 강력한 권력기관이면서도 가장 비난을 많이 받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것은 의원들의 잘못은 아니다.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곳이다. 대통령은 한 사람이라, 사법부는 정치색이 별로 없으므로,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표출될 수 있는 곳은 국회뿐이다. 따라서 개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입장과 다른 주장이 늘 존재하고 금세 결론이 나지도 않으므로 늘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치다. 그것이 국회의 존재이유다. 지금 같은 국회의 대치를 파업으로 보고 ‘무노동 무임금’이라면서 세비 반납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회는 회의할 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공식 일정이 없어도 원내건 원외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수렴하고 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의사를 결정해 나간다. 그러므로 국회의 모든 갈등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이 국회와 정치권을 걱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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