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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장유정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쿵쾅쿵쾅 가슴이 뛰기도 했다.

입이 마르고 몸에선

가문 날들의 흔적처럼

허연 각질이 끼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였는지도

훅! 하고 불같은 바람이 휙 지나가버렸어,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알게 되었지.

가지의 혈맥들이 갈라져

내 살은 터져버린 것 같았다.

뼛속에 길을 막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가려움 같은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까칠해진 얼굴은 푸석푸석 말랐다.

심호흡을 했다.

지독한 폐경을 앓는 중

- 장유정 시집 ‘그늘이 말을 걸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변하듯 우리의 몸도 그 나이에 맞게 변한다. 화자는 폐경을 앓는 중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뛰고 입이 마른다. 몸에선 가문 날들의 흔적처럼 허연 각질이 끼기 시작한다. 훅! 하고 불같은 바람이 지나간다. 그때마다 혈맥들이 갈라져 살이 터져버리는 것만 같고 까칠해진 얼굴은 푸석푸석 마른다. 이러한 것들은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강약의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삶의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좀 더 냉철하게 알아간다. 시인은 이러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낙엽에 빗대어 놓았다. 연둣빛, 그 여린 나뭇잎에서 절정을 향한 푸른빛의 우거짐과 마침내 붉게 완성되어 떨어지는 아름다움! 하여 우리는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연 일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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