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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Dutch)’란 말은 ‘네덜란드인’이라는 뜻이다. 원래 게르만민족의 일반인을 가리켰지만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했던 17세기 이후 영국인들이 더치라는 단어에 경멸의 뜻을 넣어 유포시키기 시작하면서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을 많이 양산시켰다. 더치 액트(Dutch act)는 자살행위, 더치 엉클(Dutch uncle)은 ‘사정없이 비판하는 사람’, 더치 커리지(Dutch courage)는 ‘술김에 부리는 허세’를 의미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치페이(Dutch pay)도 그중 하나다. 네덜란드인들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조건 없이 베풀거나 대접하길 좋아하는 관습과 전통이 있다. 그래서 ‘한턱내다, 대접하다’라는 뜻의 트리트(treat)를 붙여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말을 많이 썼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내가 한 턱 쏠게’라든가 ‘2차는 내가 책임져’ 정도라고나 할까.

1600년대 들어서 영국은 네덜란드와 식민지 문제로 충돌이 잦아지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국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기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이기적이고 쩨쩨한 관습이라고 비꼬기 위해 전통 문화인 더치 트리트의 트리트(treat)를 ‘지불하다’라는 의미의 페이(pay)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더치페이라는 단어가 생기게 됐다는 것. 따라서 처음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유래와 상관없이 더치페이는 많은 나라에서 흔한 풍경이다.

동양에서 더치페이 문화가 활성화 되어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분파이(分配)를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나 매우 일상적이다. 일본 음식점에서 주문할 땐 종업원이 먼저 ‘한꺼번에 내느냐, 따로 낼 거냐’고 묻는 지 오래됐고. 데이트할 때도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안다.

직장 상사가 부하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문화에 익숙하고. 친목 모임에서 한 사람이 한턱내는 일이 잦았던 우리나라에도 몇 해 전부터 더치페이가 확산되더니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다 곧 부부, 가족 사이에서도 ‘각자 내기’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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