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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를 기다리며

 

아침에 행궁재로 가기 위하여 차안에서 화성행궁을 바라보면 팔달산으로부터 가을이 들어오는 것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예술가에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 스튜디오란 영혼의 쉼터와 같은 곳이다. 오랜 마음의 방황을 끝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을 때 팔달산 중턱에 화성행궁이 언덕이 환하게 들어오는 이곳에 마음을 빼앗겼다. 실내전시는 물론 야외 설치미술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조금만 내려가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방길로 연결되지만 약간 언덕길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마음 먹어야지 올라올 수 있는 한적함이 무척 맘에 들었다.

인연이 닿아서 그런건지, 어쩌면 정조대왕이 행궁을 세울 정도의 명당이라 그런지 점점 안식과 평온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몇년 동안 2층을 개인 스튜디오로 쓰다가 너무 아름다운 공간을 나만 보고 있기에는 미안하고, 대중들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2012년 복합문화공간 행궁재로 개관 준비를 할 때 동네 노인들이 말씀을 하셨다. 아름다운 은행나무, 밤나무 아래 평상이 너무 낡고 오래되고, 언덕이 가파라서 20년동안 겨울만 되면 노인들이 내려가지 못하고 집에 칩거하게 된다고.

행궁재 개관식때 오신 염태영 수원시장님께 주민들이 부탁드려 언덕위에 아름다운 정자도 생기고, 나무 계단도 만들어지고, 화단도 정비되어 동네 주민들이 너무 기뻐하며 동네 쉼터가 되었다. 보기에는 평범한 정자 같지만 앉으면 화성행궁과 광장 전경이 다 보이고 시야가 확트여 가슴이 열리는 공간이다. 매일 동네 노인들이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술도 한잔씩 하시며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하였다. 이제 뒷집 아저씨도 교감선생님댁 할머니도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아픈 박씨 아저씨와 몇분은 정자에 나와서 휴식을 취하신다. 2013생태교통축제때 한달간의 행사에 맞추어 그 언덕에 설치미술을 한 후로는 이제 화성행궁 언덕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소풍 나와 점심을 먹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앉아 즐겁게 지낸다. 정자에는 때로는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서 밀어를 속삭이는 것도 가끔씩 보이고 등산객들은 점심을 먹고 가기도 한다.

특히 행궁재에 오는 외국인들과 외부인들은 너무들 좋아한다. 이번에 시행한 2016국제보자기포럼때 1층 갤러리의 핀랜드전시과 한국전통염색워크숍을 행궁재 마당에서 했을때는 화성행궁과 어울리는 행사였다고 많은 칭찬을 들었다. 특히 2층 스튜디오 데크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수원시 전경은 일품이다. 가장 사랑하고 한눈에 반해서 선택한 공간이다.

아침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커피 한잔을 들고 마당에서 화성행궁 언덕을 바라보며 마신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깊게 심호흡을 하며 그림 그릴 준비를 한다. 점심 먹고 지칠쯤은 조금만 걸어 가면 되는 수원 전경이 다 보이는 서장대를 수원화성의 성신을 모신 성신사 언덕길을 돌아서 천천히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발견하는 자그마한 풀꽃, 깊은 나무 냄새는 내 모든 영감을 깨우며 마음 속깊이 아름다운 열정을 느끼게 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릴때면 켜지는 화성행궁의 야경은 또다른 설레임 그 자체이다. 아침에 보는 화성행궁이 정경부인 같다면 밤에 보는 화성행궁은 사랑하는 정인의 모습이다.

수원화성의 백미라고 칭찬받았던 화성행궁 야간투어와 얼마 전 수원문화원 안영화예술감독의 해후공연에서 혜경궁홍씨와 사도세자와의 속깊은 화해는 예술만이 줄 수 있는 가슴 두근거림이었다. 이제 수원축성 220년을 기념해 만든 2016수원화성 방문의 해의 백미 수원화성문화제의 정조대왕 능행차를 기다린다. 역사상 가장 성대한 잔치로 정조대왕이 펼친 지상 최대의 축제로 올해의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10월 8일 창덕궁을 출발하여 금천, 안양, 의왕을 거쳐 10월 9일 수원화성 도착까지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다. 언제나 작품의 영감을 주고, 만약이라는 단어가 필요하지 않는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를 현재에 자꾸 상기시키며 경계로 삼게 하는 그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생각이다. 그리고 말하려고 한다. 어떤 운명인지는 몰라도 여기 수원화성에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그냥 수원에서 왔다는 말로 세계속으로 나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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