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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정조 능행차

정조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재위 기간 내내 왕으로서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했고,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끊임없는 암살 위협을 견뎌야 해서다. 덕분에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집념은 누구보다 강했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학문에 정진, 깊은 학식을 갖추기도 했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군주로서의 치적은 실로 놀랍다. 특히 탕평정치를 통해 붕당을 타파하는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했고, 사회 통합 및 경제 개혁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역대 왕 중에서 가장 많은 행행(行幸:임금이 궁궐 밖으로 거동하는 의식)으로 백성의 민원을 직접 듣고 처리했으며, 신분 차별의 단서도 없앴다.

정조의 탁월한 리더십과 남다른 통치사상을 보여주는 것이 국가 대개혁 프로젝트인 ‘화성(華城) 축성’이다. 수원 화성은 익히 알려진 대로 당대의 실학정신과 미학, 혁신적 과학기술이 집약된 계획 신도시다.

정조는 화성 완공 직전인 1775년 어머니 혜경궁홍씨와 현륭원과 화성에 행차하는 행사에 나선다. 왕복 200리가 넘는 길을 행차하는 것은 조선왕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려는 효심을 발휘하면서 재위 20년의 위업을 과시하고 백성들의 충성을 결집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실행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남겨놓은 기록이 ‘원행을묘 정리의궤’다. 의궤의 내용 중 63쪽에 달하는 반차도에는 음력 2월9일 출발해 12일 현륭원 참배, 13일 화성행궁에서 회갑연, 16일 창덕궁에 도착한 ‘8일간의 왕의 행차행렬’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김홍도의 감독 아래 조선 제일의 도화서 화원들이 그렸다. 등장인물이 무려 1779명, 행사에 동원된 말도 799마리에 이르는 그야말로 진경(眞景)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는 8일과 9일, 한강을 배다리로 건넌 뒤 화성행궁에 이르는 총 45㎞ 구간에서 당시의 능행차가 재현된다고 한다. 그동안 수원 관내에서만 펼쳐지던 행사가 확대된 것이다. 같은 날 마침 수원 화성문화제도 열린다. 정조의 효심과 개혁정신을 맘껏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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