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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한다는 이탈리아어 ‘파파라치(paparazzi)’. 조개껍데기가 여닫히는 모습이 마치 카메라 렌즈와 비슷하다고 해서 조개를 일컫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따왔다는 어원설이 있다. 또 1960년 나온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진드기 같은 사진기자 이름을 파파라초(paparazzo)라고 붙이면서 지금의 뜻을 갖게 됐다는 설도 있다.

1997년 8월 31일 영국 다이애나비가 서거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파파라치(paparazzi) 라는 말은 채 한 달도 안 돼 한글사전에 외래어로 정식 이름을 올렸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사회에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파파라치를 우리말 ‘몰래제보꾼’으로 바꾸고 사용을 권장했다.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고 포상금도 준다는, 이른 바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하면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우리말보다는 파파라치 네 글자 가운데 머리의 ‘파’자가 빠진 대신 다른 접두어와 합쳐져 복합명사로 변신한 외래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즉 ‘O파라치’라는 새로운 이름이 뿌리내린 것이다. 자동차, 일회용 비닐봉투, 쓰레기, 탈세, 부정 선거 등을 가리키는 카파라치, 봉파라치, 쓰파라치, 세파라치, 선파라치 식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김영란법 시행이후엔 ‘라파라치’까지 가세했다. 현재 그 종류만도 600종에 가깝고 신고꾼도 3천명 이상이 전국구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파파라치 종류와 활동에 비해 고발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 전문 양성소가 등장하고, 몰카 장비도 최첨단을 동원하는 등 ‘꾼’들이 호기 있게 나서고 있으나 부정행위 적발이 호락호락 하지 않아서다. 최근 김영란법 위반을 적발하기 위해 뛰어든 ‘란파라치’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고 30억이라는 ‘보상·포상금’ 규모가 알려지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까다로운 보상·포상금 요건으로 오히려 학원과 몰카 판매상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각종 부조리를 포상금이라는 대가로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국민들의 진정한 신고정신마저 없애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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