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국감에서 사라진 ‘민생’

 

국정감사장에서 민생이 사라졌다. 폭로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재부 국감에서도 미르 재단 문제와 K-스포츠 재단 문제만이 보일 뿐, 다른 중요한 문제, 예를 들면 한진 해운 문제나 아니면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그리고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조조정문제 쌀 문제 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농해수위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복귀하자마자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문제 삼았다. 그래서 결국 여야 간의 치열한 정쟁으로 이어졌다. 물론 미르 재단 문제나 K 스포츠 재단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도 최순실과 같은 특정인 중심의 의혹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그러니까 보다 구조적 차원의 접근을 했어야 옳았다. 특정인 중심으로 의혹을 폭로하면 구조 문제는 사라지고 특정인에 대한 문제로 사안이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일종의 잘못된 ‘눈높이’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특정 사안이 복잡할 경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선 복잡한 사안을 있는 그대로 문제 제기를 하기 보다는, 그 사안을 좀 단순화 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야만 여론의 주목을 받고, 그런 주목을 통해 자신이 스타로 뜰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특정인 중심의 폭로전으로 사안을 이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종의 가십성 사안으로 문제를 전락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르 재단 문제나 K-스포츠 재단 문제도 구조적 문제로 다룬다면, 권력 구조 개편 논쟁으로 이끌 수 있다. 한마디로 개헌의 필요성을 이런 사안과 연결 시켜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이 과거 다른 정권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문제는 특정 정권 혹은 특정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의혹의 성격에 따라 대통령제,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대통령 흔들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그냥 특정인과 그 배후에 관한 의혹제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또한 복지 문제를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복지 문제를 언급하면서 복지 재원에 대한 언급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여기에는, 복지 늘려준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기 때문에, 일단 생색이나 내고보자는 정치인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복지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방안은 침묵한다. 이런 상황은 앞서 언급한 재단 의혹 제기와 공통점을 갖는다. 국민들과 눈높이를 한다며 인기 영합주의로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래서 정작 민생은 찾기 힘들고 민생을 가장한 인기 영합주의나 아니면 자신의 주가를 올릴 수 있는 폭로만 난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감의 본래의 기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감의 본래 기능은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인데,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전 국감에서 지적당한 사안을 행정부가 충실히 고쳤느냐 하는 부분도 검증해야 제대로 된 견제가 된다는 차원에서 보면, 지금의 국감은 견제는커녕 말잔치와 여론 주목 끌기로 끝나기 일쑤다. 다시 말해서 자신들이 그 이전에 지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새로운 폭로거리만을 찾고 있다는 말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국감의 견제기능은 사라지게 되고, 단지 정치인 스타 만들기의 장(場) 혹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투쟁의 기회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이제는 언급하기조차 피곤한 상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감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고 문제제기 마저 하지 않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기에 피곤하더라도 말을 안할 수 없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좀 튀지는 않지만 필요한 사안을 검증하고 또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생과 국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주길 바란다. 좀 늦었지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