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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명태의 부활

우리 국민에게 명태만큼 사랑 받는 생선도 드물다. 그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명태가 주인공이 된 유일한 가곡까지 나왔겠는가. 바리톤 오현명이 부른 이 노래는 겨울이면 지금도 선율을 탄다. “감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중략)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아~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며엉태~ 허허허허 명태라고~ 허허허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한때 동해에서 많이 잡힌다고 해서 산태(山太)라고도 불렀던 국내산 명태가 사라진 지 10여 년 만에 노랫말처럼 영원히 남게 됐다. 현상금까지 내걸고 눈물겹게 추진한 ‘씨’ 마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2년의 각고 끝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명태 완전 인공양식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덕분에 2018년부터는, 그동안 연간 25만t을 수입하던 러시아산 명태를 대신해 우리 바다에서 자란 명태가 밥상에 오를 전망이라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가 쓴 ‘어류박물지’에는 명태 별칭이 무려 19개나 나온다. 신선한 생태를 뜻하는 선태(鮮太)를 비롯 말린 건태, 반쯤 말린 코다리, 얼린 동태.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일태 이태 삼태 사태 오태 섣달받이 춘태라 불렀고, 크기에 따라 대태 중태 소태 왜태 애기태로 나눴다. 새끼는 노가리다. 북쪽 찬바다에서 온 고기라는 뜻의 북어(北魚)는 껍질이 하얗게 된 백태, 검은 색이 나는 흑태 등으로 구분한다. 북어 중엔 황태를 최고로 친다.

어디 그뿐인가. 요리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전은 제사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고, 국이나 찌개는 술꾼들의 속풀이 단골 메뉴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머리는 귀세미젓으로 담갔다. 구이나 두부장 식해 순대 등도 별미로 꼽힌다. 이처럼 어느 부위 하나 버리지 않고 요리로 만드니 그야말로 서민 생선의 지존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알을 많이 밴다고 해서 혼례식에서까지 대접받았다. 그런 국내산 명태가 부활했다니 더 반갑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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