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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회고록 파문

회고록은 개인사에 치중하며 자신의 일생을 다룬 자서전과는 다르다. 필자가 살아온 시대 및 사회적 현실, 혹은 그 시대에 발생했던 사건의 내막이나 진상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등 공인의 회고록은 훌륭한 역사적인 기록이자 살아있는 정치학 교과서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선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이러한 회고록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왜곡 없는 객관성과 진솔한 술회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 ‘역사의 기록’으로 후대에 남을 만한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회고록을 내면서 “판사로부터 신문을 받는다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했듯 회고록은 ‘역사 법정의 최후 진술’과 같다는 말이 있다. 회고록은 진실을 기록해야 역사적 가치가 크며 솔직하게 기술하지 않은 것은 아무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전기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는 “회고록에는 이름이 아니라 인격이 담겨야 한다”고도 했다. 소설가 이청준은 ‘자서전을 씁시다’에서 “과거가 아무리 추하고 부끄러워도 솔직히 시인할 정직성과 참회할 용기, 자신의 것으로 사랑할 애정이 없으면 단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철학이 응축된 회고록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문학적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인간적 고뇌를 담은 회고록으로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회고록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마음 속 깊은 고뇌를 드러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스캔들이나 실패를 변명하고 업적을 미화하는 자기방어용이 더 많다. 같은 일에 연루됐던 사람들의 증언이 서로 엇갈리기도 한다. ‘공’은 부풀리고 ‘과’는 숨기면서 자기변호로 도배하기 일쑤인 대통령을 포함한 유명 정치인들의 회고록은 더하다. 나올 때마다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대부분이다.

요즘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일파만파다. 2007년 UN 북한 인권문제 규탄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는 회고록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호하지만 결과에 따라 회고록의 가치가 달라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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