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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이대가 순대?

경찰이 도박판을 덮치고,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다 단속에 걸린 정마담(김혜수 분)은 “잠깐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형사의 말에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 올리고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라고 쏘아붙인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한 이 대사는 당시 이화여대 출신을 은근히 비꼬는 말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탔다.

130년 전통의 이대는 우리나라 여자 사립대학 중 가장 명문으로 자리매김 해 온, 자타가 공인하는 학교다.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재학생은 물론이고 졸업생들의 자부심 또한 매우 높다. 그래서 집안도 좋고, 지적이고 도도한 인상의 이대 출신들을 ‘학벌주의’의 카르텔로 묶어 비하하거나 질투 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김혜수의 멘트는 이 때문에 한동안 개그 소재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대의 영향력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포진해 있던 졸업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가늠된다. 우선 전직 대통령 부인들만 보아도 그렇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 이르기까지 이 학교 동문들이다. 덕분에 절대 권력자를 통해 각종 정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대 영부인 인사’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정치계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첫 여성 총리 후보 장상씨를 비롯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첫 여성 총리로 기용한 한명숙씨 역시 이대를 나왔다. 총리뿐 아니라 장관 등 여성계 인사들이 대거 공직에 진출했는데 그들 중엔 이대 출신이 주류를 이뤘고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대의 명성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여성 교육과 지도자 배출의 최고 산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 시대 유리천장을 깨트린 주역들이 많아 더욱 그랬다. 최초 여성 변호사 이태영, 한국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효숙씨 등 여성 1호 기록을 보유한 이들도 그중 하나다. 그런 ‘이대’가 요즘 ‘순대’로 회자된다고 한다. ‘최순실대’의 준말이라나? 안타깝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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