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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김옥란’과 ‘김호수’

 

지난주(10월9~1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대학 한국어문학과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 9일에는 한글날을 맞아 키예프대 한국어문학과에서 자체로 실시한 한국어말하기대회 수상자를 위한 시상식이 키예프 시내 한국식당에서 열렸고, 10일과 11일에는 키예프대 인문대 강당에서 ‘‘동유럽의 한국학 현황과 전망’ 한-우크라이나 국제학술회의’와 ‘한국 문학의 날’ 행사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의 지원으로 개최되었다.

한국어말하기대회 행사는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에서 일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드라마 중심의 한류1.0, K-Pop이 주도한 한류2.0에 이어 전통문화를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류3.0시대가 열렸다고 한다면, 한류4.0 내지 한류5.0시대의 도래는 해외에서의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이 주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9일 키예프에서 목도한 한국어말하기대회 시상식 행사는 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K-pop이 계속 흘러나오는 한국식당에서 가진 만찬을 겸한 시상식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신경림 시인과 현기영 작가가 상장과 상품을 주고 격려했는데, 사회를 보는 키예프대 김석원 교수가 수상자로 김소정, 김호수, 김옥란 등 한국 이름을 불렀다. 참석 학생 모두가 우크라이나 학생이었는데, 알고 보니 모든 학생이 한국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한국어문학과의 여미경 교수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우선, 우크라이나 학생의 긴 성과 이름을 외우고 부르는 것이 어렵고, 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각기 한국 이름을 갖고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다면 학습효과도 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김석원 교수가 모든 학생들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중심인 르비프 출신인 한국어문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생인 ‘올랴 쉐스타코바’의 경우, 한국어와 비슷한 발음을 차용해 ‘김옥란’이 되었는데, 필자의 발표(‘해외한국학과 재외동포, 디지털인문학’)와 현기영 작가의 발표(‘나의 소설과 한국현대사, 재기억의 문학’)의 통역을 맡았다. 신경림 시인의 발표(‘한국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를 통역한 루카츠 출신인 학부 4학년 ‘히나예바 올랴’는 ‘올’자와는 전혀 다르게 ‘김호수’였다. (키예프대 한국어문학과 학생의 ‘성’은 모두 ‘김’씨였다.) 학생의 눈이 ‘호수’처럼 맑아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마침 ‘김호수’ 학생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 물어보았다. 한국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름 뜻을 아느냐? 원광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생활을 체험한 ‘김호수’는 한국 이름이 좋으며 한국과 더 친근해져 좋다고 했다. 그러나 ‘호수’라는 이름의 뜻에 더 감격해했고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 유학가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10월10일은 하루종일 학술행사가 열렸고 또 저녁에는 주우크라이나 이양구 한국대사가 초청한 관저 만찬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이양구 대사의 말씀 중에 2017년 한-우크라이이나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국교육원이 설립된다는 소식이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필자가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11일 오후시간에 가진 ‘한국 문학의 날’ 행사였다. 지난번에는 드니예프르 강에서 선상행사로 개최되었으나 이번에는 날씨 사정으로 실내행사로 치러졌는데, 한남대 이규식 교수의 특강(‘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과 신경림, 현기영 문학에서의 민중’)에 이어 신경림 시인과 현기영 작가가 차례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3차례의 연속특강에 참석자들의 태도가 너무 진지했다. 토론시간에 신경림 시인의 ‘갈대’를 외우는 여미경 교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키예프대 학생들도 K-pop에 열광하고 있었으나 수준 높은 문학 공부도 열심이었다. 이제 어문학 바탕에 ‘문화’ 공부로 확대한다면, 키예프대학이 우크라이나에서 한류3.0을 넘어 한류4.0시대를 이끌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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