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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요리 109가지 재현 눈으로 즐기다

한복려 궁중음식 연구원 등 3명 책 펴내
古 조리서 중 가장 오래된 책 ‘산가요록’
1900년까지 37권 책 선별 연대순 정리
역사 뿐 아니라 실질적 조리법도 실어

 

각종 요리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면서 서구식 입맛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은 진짜 우리의 입맛, 음식이 무엇인지 잊은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 속에 한식 뿌리를 찾고자 한국음식 대표 전문가 세명이 고서를 뒤져 음식과 조리에 대한 기록을 찾아 한권의 책을 펴냈다.

평생에 걸쳐 우리 음식을 연구해온 궁중음식 연구원 한복려 원장, 한복진 전주대 교수, 궁중음식연구원 연구실장 이소영 교수가 그들이다.

고서 중에서도 식품의 조리, 음식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한 것을 ‘고조리서(古調理書)’라고 부른다.

이 고조리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1450년 편찬된 ‘산가요록’이다. 저자는 ‘산가요록’을 시작으로 14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의 고조리서 중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37권의 책을 선별해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간과하기 쉬운 근대 조리서까지 다룬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요리책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 ‘미원’으로 잘 알려진 일본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에서 조미료를 판매하기 위해 만든 ‘사계의 조선요리’, 근대화된 여학교의 조리 실습을 위한 ‘우리음식’, ‘할팽연구’ 등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요리책의 면면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고조리서의 역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리법을 자세하게 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의 앞부분 절반은 조선 초기부터 근대까지 편찬된 주요 고조리서 설명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오롯이 조리법에 할애했다.

그렇게 재현해낸 요리가 가짓수로는 109종이며, 300페이지에 이른다.

이 책에 수록된 109종의 요리는 우리 음식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도서 20종을 고른 다음 그중 가장 특징적으로 시대상을 반영한 음식만을 가려 뽑은 것이다.

모든 조리법의 원문 이미지와 함께 현대어 번역문을 실었는데, 이는 그 시대 음식을 가감 없이 그대로 재현해내겠다는 저자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요리책으로서의 실용성을 고려해, 지금 여기서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끔 재료나 조리법을 조금씩 ‘시대 보정’했다.

‘이씨음식법’의 ‘도미찜’의 경우, 원문에는 도미에 고추장을 발라 구운 다음 다시 달걀물을 발라 구우라고 했지만, 저자는 이렇게 하면 달걀물 때문에 도미가 쉽게 타버리니 이 과정을 생략하라 일렀다.

‘이조궁정요리통고’의 ‘젓국지’ 원문에는 새우젓이 들어가지 않지만,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새우젓을 추가하는 등 독자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우리 음식의 뿌리를 찾고자 시작한 ‘음식 고전’은 ‘맛집 탐방’이 블로그를 점령하고 ‘쿡방’이 흘러넘치는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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