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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송민순 회고록사건, 북한의 첫 반응 의미는?

 

북한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사건’에 대한 입장을 24일 처음으로 내놓았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통해서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측은 우리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그는 “인권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면, 평양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린 박근혜의 행동은 더한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열흘 전부터 발생한 ‘송민순 회고록’에서 제시된 200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유엔대북인권결의안 기권 경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나온 것이다.

이런 북한의 공식 입장표명에 대해 우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4일 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문재인 구하기에 급급한 모양”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김경수 의원의 논평을 통해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송민순 회고록사건’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첫째, 이 사건은 북한을 남한의 국내정치로 유인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고 몰아쳤다. 곧 이어 17일, 청와대는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 TF팀’을 ‘진상규명위원회’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우리 사회는 ‘송민순 회고록사건’이 논란의 이슈로 부상했다. 그 결과 북한이 어떤 형식이로든지 ‘송민순 회고록사건’에 개입해 들어오도록 논란을 부추긴 것이다. 특히 그 예로써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가해진 기획된 새누리당의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논란사건’에 대해 북한을 유인했던 것을 들 수 있다. 2012년 11월2일, 북한은 조평통의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을 통해 새누리당의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논란공세’와 관련해 “괴뢰보수패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문제까지 왜곡·날조해 민심과 여론을 오도해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비선조직에 의한 ‘총풍사건’, 이른바 ‘북풍사건’과 같은 연속선상에서 북한문제를 남한의 국내정치로 활용해 온 결과에 따른 것이다.

둘째, 이 사건은 북한이 우리사회에 전형적인 ‘이념논쟁, 색깔논쟁’과 여야간 정쟁 및 사회분열 조장을 가속화시키는 대남공세차원으로 이용할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북한의 첫 반응에서 제시된 입장은 ‘송민순 회고록’의 ‘북한에 사전문의 후 기권 결정 과정 주장’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당시 참여관계자들의 ‘기권 결정 후 통보 주장’을 모두 부정한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와의 갈등구도를 격화시켜 이념논쟁과 색깔논쟁, 여야 정쟁 및 사회분열 조장을 노리는 북한의 전형적인 대남공세전략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에서 볼 때, ‘송민순 회고록사건’은 본인의 의도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이나 국내정치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 개인적 기억에 의존한 개인기록의 논란에 불과한 것이다.

우선 전직 외교장관이 10여년 전 개인적 기록을 회고록 형식으로 특히 대선 1년 전의 미묘한 시기에 발행한 것은 공보다 사를 앞세운 것이요, 동시에 이 회고록을 증거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직자 개인의 권력유지에 활용하려는 것도 공보다 사를 앞세운 것이리라. 공직자나 그 경력자가 아무리 선공후사(先公後私), 또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개인의 사사로움에 치우친다면 누가 신뢰하고 믿겠는가! 그래서 바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고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즉 염불위괴(恬不爲愧)한 그들은 곧 자신을 후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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