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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壟斷)이라고 할 때의 ‘농단’은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문은 龍斷(용단)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龍(용)이 壟(농)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농은 언덕, 단은 낭떠러지, 즉 높직한 낭떠러지를 말한다.

내용은 이렇다. 맹자는 교역과 장사를 보장하고 과중한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백성들을 잘 살게 하는 길임을 당시 군왕들에게 설파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예화를 소개했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과 바꾸었는데 시장을 다스리는 관리가 있어 부정한 거래행위를 단속하였다. 그러나 세금을 징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욕심 많은 장사치가 높이 솟은 언덕(농단)을 차지하고 시장 전체를 둘러보며 물건을 싸게 사 모아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독차지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관아에 고발당하고 세금을 부과 받았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익과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농단의 뜻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국민들이 감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높은 곳, 즉 권력의 최고자리에 오를수록 거기에 속한 관리들의 농단을 늘 경계해야 한다는 진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고 있다. 주어진 ‘권력 남용’의 피해가 그 권력을 잡게 해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권력의 ‘키’를 조정하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정권에서나 수많은 국정 농단세력이 발호, 국기문란을 야기했다. 국가를 이루고 유지하는 데 기초가 되는 질서와 규범이 어지럽게 흐트러진 탓에 혁명도 있었고, 목숨을 던진 국민들의 저항도 수없이 일어났다.

요즘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이를 방조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근래에 없던 대학생들의 시국선언도 나오고 시중엔 ‘탄핵’은 물론 ‘하야’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지부상소(持斧上疏: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상소) 하는 참모 하나 없이 불통으로 일관한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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