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케냐 작가 ‘응구기’, 약간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선 꽤나 유명하다. 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자로도 거론되는 문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박경리 문학상을 받으러 한국에 왔고 수상작 ‘십자가 위의 악마’가 김지하의 ‘오적(五賊)’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 해서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 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 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권력농단세력으로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서 그랬다.

하지만 오적들은 80년대 이후 등장한 ‘대통령 비선실세’라는 새로운 적(賊)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주고 권한(?)마저 축소된 것 또한 사실이다. 최순실이 저지른 일련의 사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정권에서나 국정 농단세력으로 불리는 사조직은 있었다. 노태우 정권의 월계수회, 김영삼 정권의 ‘나사본’과 소산(小山) 김현철 스캔들, 김대중 정권의 ‘연청’과 삼홍(三弘)비리, 노무현 정권의 노사모 발호, 이명박 정부의 영포라인, 2년 전엔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등장한 현대판 ‘십상시(十常侍)’까지.

농단의 폐해가 그때와 비교되지도 않는 이번 사태의 중심엔 최순실 외에 ‘팔선녀(각계각층 실세 8명의 부인)’가 있었다고도 한다. 최근엔 그의 아버지 최태민이 교주였다는 ‘영생교’도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오르내린다. 덩달아 “최순실은 오장육부”며 “살은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가 없으면 죽는다.”고 한 전직 청와대 인사의 말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 태종이 신하 위징에게 혼군(昏君: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 되지 않고, 명군(明君)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위징은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순자 왕제편을 인용한 뒤 “두루 폭넓게 들으면 밝아지고, 편벽하게 들으면 어두워진다.”고 직언했다고 한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대한민국. 분별력 없는 대통령이 자초한 나라꼴, 참 비참하다.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