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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그래서 법치가 필요해

 

자고 나면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목록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딸의 고교·대학 특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 대통령 연설문의 외부 유출과 수정, 고위 공직 인사개입 등 분야도 다양하기만 하다. 급기야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최씨가 자진해서 귀국했으므로 검찰은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여차하면 특검이 시작될 예정이므로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의 시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진실을 규명하고 빨리 사건을 마무리 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도 어렵고 북핵문제도 진전이 없는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이 문제로 국력이 낭비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안 별로 대응책을 찾아야

아직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온 국민이 침통해하거나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최씨 딸을 비롯한 가족들의 비리와 축재문제, 둘째로 문체부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융성사업에 간여한 문제, 셋째로 외교안보와 인사에 간여한 문제 등이다. 최씨 일가의 비리 또는 특혜문제는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이미 위법한 사항이 많이 확인되었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 할 장관이나 청와대수석 등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는 다르다. 물론 그 과정에 위법한 사항이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최씨가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고 대선과정에서부터 많은 부분 관여해 왔다면 비록 정식으로 공직을 맡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은 자문을 구하거나 사적인 일을 부탁할 수 있다. 연설문 수정도 마찬가지다. 다만 연설문의 사전 청와대 외부 유출 과정은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최씨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인 셋째 문제도 비슷하다. 국가 중요문제나 공직인사를 하면서 자문을 받는 것, 즉 공조직 대신 비선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국민들의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위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청와대 수석부터 장·차관 어디까지 최씨와 관련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은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의지 때문에 가능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대통령 본인의 일처리 방식인 것이다. 대통령의 취향이 원래 그런 것을 몰랐다면 대선과정의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면서도 뽑았다면 국민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이런 것은 정치적 선호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 사건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필요한 문제일 뿐이다.



법에 따라 국정이 운영되는 법치 시스템이 완비되어야

문제는 최씨의 각종 비리 목록이 아니다.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자 수많은 비리 목록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우리 시스템이 문제이다. 대통령 연설문의 이상한 문구들이나 문화융성사업과 관련된 사안들의 비정상적인 추진 등이 이제야 지적되는 것이 문제이다. 개별 사건들에 내용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교정되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수년간 지속된 것 아닌가. 우리의 법적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거나 실제로 작동이 안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최씨 사건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에 의하여 법이 유린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에, 또 다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런 사건을 또 보게 될 것이며, 젊은이들은 또 ‘헬 조선’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 임기 말에 어김없이 측근비리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 현행 헌법 하에서 어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스템은 개선되지 못했고 작동되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법적 규정만이 아니라 이에 걸맞는 공직자와 국민 모두의 의식구조를 포함한다. 만약에 대통령제라는 시스템이 문제였다면 이제 그 시스템을 바꾸는 개헌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대통령이 사건 하루 전에 개헌을 화두로 던진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방향이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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