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의 호는 다산(茶山)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다. 조선 최고 사상가, 개혁가인 그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를 당하면서 지은 다산초당이 워낙 유명하고 익숙해서일 게다. 하지만 정약용의 호는 이것 말고도 여럿 있다. 호가, ‘부모님이 지어주시는 이름’과 달리 자신의 철학을 반영해 스스로 지을 수 있어서였다. 젊은 시절 사용했으며 한강의 옛 이름이라는 ‘열수’에서부터 ‘삼미(三眉)’ ‘사암(俟庵)’까지 무려 10개나 된다.

그중에는 ‘여유당(與猶堂)’이란 호도 있다. 경기도 양수리에 있는 그의 생가에 걸려있는 당호지만 목민관을 이야기 할 때마다 그 의미가 인용돼 꽤나 알려져 있다. 한글명으로만 보면 ‘정계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여생을 살아가겠다’는 뜻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여유당에서의 ‘여유’는 도덕경에서 따온 것으로 “겨울에 살얼음이 언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與)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한다(猶)”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자질과 업무역량은 국민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직자의 사명과 책임이 제대로 발휘될 때 민본과 위민의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를 간파한 다산은 공직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이 둘 있다고도 했다. “하나는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요, 다른 하나는 백성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고. 그러면서 백성들이 목민관에게 녹봉을 주며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그들이 백성의 삶을 책임지고, 근심을 해결해 주기 바라는 신뢰의 표현이라고도 했다. 요즘 이를 달리 해석하면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세월만 낚고 있는 공직자는 이미 공직자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이 나라는 비상시국이나 마찬가지다. “정의와 법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며 호를 여유당으로 지은 다산의 정신이 더욱 생각난다. 또 이럴 때일수록 공직자 모두가 흔들림 없이 ‘여유당’ 정신을 되새긴다면 표류하는 국정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