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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저주받은 악

거짓말 중에서도 심하거나 터무니없을 때 표현하는 ‘새빨간’은 왜 붙었을까. 한자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 하나가 붉을 적(赤)이다. 붉다(赤)는, 맹자(孟子)의 이루(離婁) 하편에 ‘갓난아기의 마음’으로 쓰인 적자지심(赤子之心)이나 순자(荀子)의 참된 마음이란 뜻의 적심(赤心) 등의 단어에서 사용된 것처럼 ‘순수’, ‘없음’의 의미다. 적수(赤手)는 붉은 손이 아니라 맨손, 적각(赤脚)은 맨발, 적나라(赤裸裸)는 벌거벗었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과 같다. 이와 연관 지어 볼 때 ‘새빨간’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하나는 불 화(火)다. 본래 붉은색은 모두 불에 어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불 화(火)자를 보면 당연히 붉은 색을 떠올린다. 여기서 나온 말이 ‘불을 보듯 뻔하다’라는 뜻의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따라서 새빨간 거짓말은 ‘불을 보듯 뻔한’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이해된다.

이런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조그만 사실이라도 밝혀지면 이를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거짓말은 역사의 많은 부분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쓰였다.

철학자 몽테뉴는 거짓말을 “저주받은 악”이라 정의했다. 악의적 모함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빗댄 표현이다. 괴테는 “영혼을 갉아먹을 정도로 남을 해치는 무형의 무기”라며 “매우 간악한 것이다”라고 했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 교수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속이는 기쁨”이 존재해서라고 했다. 거짓말을 통해 남을 속이면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자존감 유지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선 관아에선 거짓말 하는 자에게 생쌀을 씹게 했다. 그리고 씹다 뱉은 쌀에 침이 얼마나 묻었나를 기준으로 거짓 여부를 결정했다. 거짓말을 하면 입안에 침이 마른다는 점을 감안한 일종의 수사방법이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비선 실세들. 그 입에 생쌀 한 움큼씩 쳐 넣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죽하면 말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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