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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119와 고양이

 

가을이 빠르다. 아니 실종된 듯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거리의 은행나무가 옷을 벗느라 정신이 없다. 미처 잎이 노랗게 물들기도 전 푸르둥둥한 잎을 털어내고 있다.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지난 계절의 잔재들, 무던히도 더웠던 날들을 견딘 것 치고는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빠르게 외투를 벗고 있다.

들녘도 마찬가지다. 기세당당하게 잎을 키워내던 푸른 것들이 삶아놓은 듯 풀죽어 있다. 수확을 덜 끝낸 농부의 손길은 바쁘게만 하고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어둠은 야속하며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또한 만만찮다.

어둠이 내려 보일 듯 말 듯 한 울타리 콩을 더듬어 타다가 이내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 119 소방차가 보인다. 자동차는 아파트 입구 한 켠에 세워두고 소방대원 두 분이 서둘러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다. 불안감이 앞선다.

혹여 불이 났느냐는 물음에 동물을 구하러 간다고 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고양이가 자동차 밑 부분 좁은 틈에 끼여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운전자 말에 의하면 아침에 자동차를 끌고 나가는데 어디선지 희미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은데 하루 종일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귀가 후 원인을 찾던 중 차량 밑에서 고양이를 발견했고 119에 구조요청을 한 것이다. 깜깜한 밤, 차량 밑으로 들어간 대원이 차량의 일부를 해체하고 어렵게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아기 고양이가 좁은 틈에 끼어 나오지 못하고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119대원의 도움으로 고양이는 무사히 구조됐고 젊은 여성 또한 안도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훈훈해 보였다. 우리 아파트에는 고양이가 많다. 새벽녘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듯해 귀를 세워보면 고양이의 앙칼진 울음소리다.

요즘은 길거리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아파트 담 밑에 먹이 주는 장소를 정해놓고 정성을 쏟는다. 물론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것도 좋지만 번식률이 빠르고 개체수가 늘다보니 이런저런 피해도 발생한다.

이번 일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차량의 열이 남아있는 곳으로 고양이가 숨어든다. 차량이 이동하기 전에 고양이가 달아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고양이와 운전자 모두 불미스런 일을 겪게 되는 경우도 간혹 본다. 고양이가 많은 곳에서는 특히 동절기에는 차량 이동 전 차량 밑을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살면서 119의 도움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화재현장은 물론 응급환자 발생과 교통사고 현장까지 어려움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찾는 것이 119다. 크고 작은 현장에 슈퍼맨처럼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킨 사례들은 열거할 필요도 없이 비일비재하다. 요즘처럼 정국이 어수선하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문단속 불 단속 마음단속이 필요하다.

나 하나만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집안과 주변단속을 잘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이런 어려움들도 잘 극복되리라 믿는다. 고군분투하는 119대원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늘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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