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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세 사람의 눈물

 

요새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울컥했다. 그리고 최순실씨도 영장실질심사 때 법원에서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울먹였다.

일반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이렇다. 우선 어떤 사안이 너무나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가족과 같은 존재가 세상을 등진 경우 흘리는 눈물을 들 수 있다. 다른 경우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억울함을 상대에게 호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와 자신이 너무나 억울한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가장 호소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도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 세 사람의 울먹임은 과연 어디에 해당될까?

먼저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경우를 보자.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역사 얘기를 하며 갑자기 울먹였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그를 슬프게 했는지를 많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불과 하루 전에만 하더라도 파안대소 하면서 기자들을 만났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하루 만에 장엄하게 바뀌니까 사람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래서 슬퍼서 울컥한 것도, 억울해서 울먹인 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다. 자신의 입장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의 눈물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 때 흘린 최순실의 눈물은 뭘 뜻할까? 그녀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정권 주변 인물들을 전혀 모르며, 미르나 K 스포츠 재단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고, 문제의 태블릿 PC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웃기는 건 검찰 출두 때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다는 점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뭐를 용서해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자신은 억울하다면서 법원에서 울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눈물은 자신의 입장을 위장하기 위한, 그리고 그런 위장을 강조하기 위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보자. 박 대통령은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울먹였다. 특히 자신이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 부분에서 울먹였다. 물론 실제로 자괴감과 거기서 밀려오는 슬픔때문에 울먹였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런 감정에서 울먹였다면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샀을 법도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번 담화문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며 솔직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대통령의 담화에서는 제3자적 표현을 많이 했는데, 이는 최순실의 비리 혐의에 대해 일정 부분 거리를 두기 위한 화법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최순실을 알긴 알고 ‘왕래’도 했지만, 자신의 의도는 순수했고, 그 여자가 나빠서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말이다. 물론 대통령이 최순실의 그런 범죄행위를 알고도 묵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최순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분개하는 점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국정 행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알고 싶었던 부분은, 도대체 연설문만 고쳤는지, 아니면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는지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는 생략한 채 3자적 화법을 통해 사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만 하니,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먹거리면 국민들의 입장에선 이를 진정한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세 사람의 눈물은 그다지 국민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했다. 조작된 슬픔보다는 쿨한 모습이 오히려 낫다. 이제 가뜩이나 배신감 때문에 슬퍼하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짜증을 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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