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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울화(鬱火)가 치밀어

과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온 노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한자가 ‘화’를 의미하는 노(怒)다. 종을 이르는 노(奴)와 마음(心)이 합쳐졌으니 분(忿·성질)이 나지 않았겠는가. ‘화내는 것’을 다른 말로 분노(憤怒·忿怒)라고도 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일이 옳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분노한다. 그리고 분노 표출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한 이후에 감정적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분노, 즉 화는, 참기보다는 분출시키 거나 푸는것이 좋다. 큰 소리로 항의하거나 법적 소송을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렇치 않으면 우울증의 일종인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으로 이어진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증세와 함께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일어난다는 화병.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질병이다. 1983년 미 캘리포니아대학 의료원의 한 정신과 의사가 그곳 한국인 교포 여성 중 자신이 화병에 걸렸다고 믿는 3명의 환자를 치료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화병이 한국의 문화연계증후군’, 즉 한국문화에서 비롯된 특유의 질병이라는 내용이다. 그 후 각종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이 병을 ‘한국민속증후군’이라 분류하고 질병 분류표에 Hwa-byung(화병, 火病)이라 정식으로 표기했다.

한의학자들은 ‘화병’이라는 병명은 한의학의 전통 문헌에서 독립된 질병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다고 해서 화병(禍病)이라고 한다. 또 일부에선 한자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로 ‘홧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엔 화병이 여자들에게 많았다. 특히 가족의 심리적 갈등과 충격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이런 한국인 화병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 직장인, 학생들에게서도 발견되는 등 급증한다는 보도다. 요즘은 더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화병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파탄 난 정권.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 또 울화가 치민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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