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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험이라는 방법을 시행한 나라다. 과거제도가 그것이다. 통과만 하면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보장되니, 일찍부터 내로라하는 학자들조차 과거와 공부를 세속적인 출세와 부귀, 이권의 수단으로 권면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중국 송나라 황제 진종이 신하들에게 내린 ‘권학가(勸學歌)’만 보아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을 살 필요가 없다. 책 속에 자연 엄청난 곡식이 있기 마련이니, 편안히 거하려고 고대광실을 지을 필요가 없다. 책 속에 황금집이 있기 마련이다. 문을 나설 때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해 마라. 책 속에 거마가 가득하다. 처를 들임에 좋은 매파가 없음을 탓하지 마라. 책 속에 얼굴이 옥같이 예쁜 미인이 있다. 남아로서 평생의 뜻을 이루고자 하거든, 창문 아래서 부지런히 육경을 읽으라.”

또한 정치인 사마광은 ‘어느 날이고 출셋길에 오르기만 하면 이름 높아져 선배라 불리리’라 했고 왕안석 또한 “독서에는 비용이 들지 않고, 글공부를 하면 만 배의 이익이 생긴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지고, 부자는 책으로 귀해진다”고 했다.

일찍이 중국의 과거시험을 도입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 폐해는 지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본래 교육의 목적이 ‘공부하는 것’이지 ‘시험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시험이 목적이고 공부는 그 수단이며, 시험 준비가 ‘공부’가 돼버렸다. 본말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요즘 수능이나 대입 준비도 과거시험 못지않게 진을 빼는 고행이다. 3시간을 자면 원하는 대학에 붙고 4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3당4낙도 옛 말이니 오죽 하겠는가. 오늘(17일)은 2016년 수능 보는 날이다. 수험생이나 부모들에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애가 타는 날이기도 하다. 딱 하루에 너무 많은 것들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이 끝났다고 생이 끝난 게 아닌 것처럼 시험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입신양명을 위해 시험에 능했던 대통령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요즘 비굴하게 몰락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숨 가쁘게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정준성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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