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의 복마전(伏魔殿) 하면 20세기 마지막 무법지라 불렸던 홍콩의 구룡성채(九龍城寨)가 자주 등장한다. 구룡채 성(城)으로 부르기도 했던 이곳은 청나라 관청이 있던 곳이다. 그래서 아편전쟁 이후 영국이 홍콩을 지배하게 됐으나 이곳만은 중국 관할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면적은 불과 0.03㎢이었지만 홍콩 내 형식상 중국 영토였고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양국 모두의 주권이 미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 내전이 일자 많은 난민들이 홍콩으로 밀려왔고, 사실상의 주권 공백지대인 이곳으로 유입됐다. 그리고 30여년 만에 길이 210m, 폭 120m, 8천여 평 구역 안에 5만여 명이 사는 세계 최고의 인구밀집지역이 됐다. 구역 내 건물들은 15층 높이의 소규모 아파트가 한 데 뭉쳐있는,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모양으로 형성됐다. 미로 같은 그 안에서는 매일 매일 살인, 매춘, 마약, 도박 등 세상의 모든 범죄가 끊이질 않았다. 대낮에도 어두침침해 마치 악마가 튀어나올 것 같다 해서 마계(魔界)라고도 불렀다. 구룡성채는 1993년 철거됐고, 지금은 공원이 들어서 있다.

영국에서는 실낙원에 나오는 ‘사탄의 궁전(pandemonium)’을 ‘복마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글에서 지옥에 떨어진 사탄이 모든 악마들을 모아 천국과 싸울 준비를 하면서 사탄의 궁전을 건설하는데 영국 사람들은 이처럼 마귀가 숨어있는 집이나 소굴, 또 다른 의미로는 ‘남몰래 나쁜 일을 꾀하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을 복마전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중국 4대 기서(奇書) 수호지에는 복마전으로 유래된 말이 나온다. 홍신이라는 사람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고 쓰인 한 전각의 비석을 뽑아버리자 비석 아래에 갇혀 있던 108 마왕이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이들이 온갖 만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내용이다.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중간조사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 청와대가 비선실세의 복마전 구실을 했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앞으로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더 나올까 두렵다.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