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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링을 잡고 몸을 세워 천천히 내리면서 몸과 팔이 십자형이 되도록 한 뒤 정지하는 것을 ‘링 버티기’라고 한다. 링(Ring) 경기의 최고난도 기술이다. 보는 우리는 ‘저 힘든 걸…’ 하며 감탄한다. 어렵다는 뜻일 게다. 이처럼 ‘버티기’란 표현은, 혹독함을 극복하려 생명과 시간을 투자 했을 경우 자주 인용된다. ‘물로 버티며…’ ‘추위를 버티며…’ ‘연탄 한 장으로 버티며…’ 등등.

하지만 ‘버티기’의 이중성이라고 할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우리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좋지 않은 일에도 자주 붙여진다. 이럴 땐 여지없이 수식어가 붙는다. ‘마이동풍식’ ‘안면몰수식’ ‘배째라식’ ‘막무가내식’ ‘나몰라라식’ 등등.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만연되고 있는 병폐중 하나여서 단어마저 친숙(?)한 느낌이 든다.

‘버티기’ 하면 곧잘 인용되는 소설이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 ‘깡패인 염상구와 땅벌이 벌이는 담력 싸움으로 기차가 달려오는 철로 가운데 서서 오래 버티기를 한다. 끝까지 버틴 염상구가 먼저 몸을 피한 땅벌에게 승리하고 결국 벌교 읍내 주먹판을 장악한다’는 장면이다. 외국 영화도 있다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그를 괴롭히는 악동 패거리들을 잡기 위해 벌인 소위 치킨게임도 버티기를 소재로 한것이다.

버티기를 하는 것은 승부가 핵심이다. ‘태백산맥’이나 ‘이유 없는 반항’에서처럼,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판가름 나기서다. 그러나 핵심은 승부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미적거리다 기차에 받혀 죽거나 자동차와 함께 낭떠러지로 내리 꼿히느냐’는 갈림길에서 승자도 되고 생명도 건지려면 결행의 순간을 잘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밍을 놓치면 살더라도 어렵사리 쌓아올린 지위, 말하자면 삶의 터전이 일순 무너져 더욱 그렇다.

요즘 청와대의 버티기 전략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혹시 당장 나라가 뒤집어질 듯이 소란스럽다가도 시간이 흐른 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잠잠해진 과거를 생각하다면 오산이다. 타이밍 놓친 빗나간 계산으로 더 큰 희생을 불러올 수도 있어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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