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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거짓말이 판치는 배신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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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2일  20:28:56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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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검찰에서 부르면 우선 36계 줄행랑이 상책이다. ‘삼십육계’란 병법 삼십육계(兵法 三十六計)의 마지막 방법으로 도망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두번째가 ‘오리발’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만 하며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오리발에는 물갈퀴가 있지만, 닭발에는 없다. 그래서 닭을 몰래 훔쳐서 잡아먹었는데, 그만 닭 잡아먹은 걸 들키자 오리발을 내밀며 내가 먹은 것은 닭이 아니라 오리다고 우기는 것이다. 마지막이 ‘빽’이란다. 그래도 안 되면 든든한 배경을 동원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1逃, 2否, 3빽’이다.

지금이야 그다지 통하지 않는 ‘병법(?)’이지만 한때 이같은 방법이 통용된 사례들이 많았다. 수사기관과 피의자들 사이에 널리 쓰이던 말이다. 최근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서 피의자들의 수법이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혹의 중심에 선 대통령이나 최근 수감돼 있거나 검찰 조사를 받은 측근 인사의 대국민 담화와 진술에서 이와 비슷한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국정농단이나 월권, 청탁 등의 혐의 사실과 관련해 피의자들은 ‘대통령이 시켰다’거나 ‘대통령의 뜻으로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불려가면 우리가 평소 생각지 못한 또다른 세계가 기다리게 마련이어서 누구나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뇌하게 된다.

최순실(60)씨는 검찰 조사에서 고영태와 차은택 등 자신의 최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고영태과 차은택이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고, 자신은 측근들의 배신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逃와 3빽이 물건너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2否를 택한 것이다. 누구든지 일단 그렇게 말하는 것이 상책일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서도 사건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측근들이 자신과의 친분을 내세워 주변에 무리하게 권세를 과시하다 일이 잘못되자 자신에게 다 덮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순실과의 친분을 내세운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위세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최순실씨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이권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의 내용이 검찰조사와 사뭇 다르다. 사태가 이처럼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비화하자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검찰이 최순실씨를 기소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비선실세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비리의 책임은 대통령에게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특별수사본부가 됐든, 특검이 됐든 누가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인지, 공모를 한 것인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일이다. 진실공방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질신문이라도 벌여서 검찰이 발표한 대통령의 공모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명예가 최대한 중시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도덕적으로 면키 어려울 책임이 주어지게 된다.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아가 특검까지 수용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약속처럼 떳떳하다면 조사에 응해야 마땅하다. 자신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했지만 배신은 언제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다.

영어(囹圄)의 몸이 돼 피의자가 된 사람이나 조사를 기다리는 대통령이나 모두 지금 거짓말하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공자는 일찌기 “옛 부터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를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가르쳤다.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나라의 앞날이 오리무중인 때에 ‘God sees the truth, but waits.(하나님은 진실을 보신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란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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