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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인생’시대… 40대 중년여성들 마음의 변화

노화의 저항 등 일상·상념 포착
40대들 당혹·비애 재치있게 풀어

 

중년은 방황하기 쉬운 시기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지금 이대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에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40대이기는 해도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설득력 있는 문화사회학적 해석을 들려주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노화에 대한 저항, 부모 부양, 성적인 문제, 갱년기, 질병, 직장에서의 위치, 감정의 마모 등 작가는 친구와 수다를 떨듯 중년의 일상과 상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 책의 저자인 사카이 준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필명으로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해 30년 넘게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작가다.

일본 버블 경제 시기라는 그 특수한 호황기를 온몸으로 누리며 청춘 시절을 보냈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수준 높은 소비 습관과 문화적 취향을 쌓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2003년 ‘마케이누의 절규’(한국어판 제목 ‘결혼의 재발견’)를 발표, 사회의 보수적인 여성관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모았던 그는 이제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포함해 ‘중년이지만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을 일종의 신종 생물로 진단한다.

그들은 버블 세대, 즉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청춘기를 보냈고, 소비 욕구가 높으며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있다.

이 세대 여성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했어도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고, 대중매체 또한 이 여성들의 욕구와 욕망에 주목하고 있다.

사카이 준코는 중년이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이성에게 인기 있는 여성이 대두한 현상을 자연스레 평균 수명 연장과 연결 짓는다.

‘70세 인생’ 시대에는 50세가 가까워지면 인생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평균 수명이 90세로 늘어난 지금 중년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연장됐다고 해서 자궁과 난소의 기능이 그에 맞게 업그레이드되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얼굴의 노화는 늦출 수 있다 해도 난자의 노화를 피하기는 힘든 것. 따라서 책은 30대를 지나 40대의 경험과 변화를 고스란히 통과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결코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노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 그 어중간한 자리에서 겪어야 하는 당혹과 비애의 측면을 솔직담백하고 재치 있게 펼쳐 보인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고 떠받들어 주는 삶도 더는 없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 편히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떤 중년을 맞이해야 할지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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