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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요지부동(搖之不動)

 

“흔들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음을 뜻한다.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고집 센 모습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떤 유혹이나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의미 하는데, 표현은 꿋꿋하고 변치 않는 모습보다는 고집이 센 사람에게 쓰는 경우가 많다.” 요지부동(搖之不動)의 사전적 해석이다.

지지율 4%, 촛불시위에 연인원 400만 명이 모여 퇴진을 촉구했고, 여야가 거의 한 목소리로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요지부동 그 자체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권좌가 풍우표요(風雨飄搖: 비바람에 흔들리고), 요요욕추(搖搖欲墜: 흔들려서 곧 떨어질 것 같고), 요요욕도(搖搖欲倒: 흔들려서 곧 쓰러질 것 같으며), 위여누란(危如累卵: 계란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롭지만)한데도 여전히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이를 두고 SNS에선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방식을 운전에 비유한 고전(古典) 유머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면허 운전이란다. 뭔지 근사해 보이기는 한데 ‘영양가’는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모범택시 운전이란다. 절대빈곤에서 나라를 건져낸 점만은 ‘모범’으로 인정받을 만하나 개발독재의 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해서 값비싼 모범택시라고 했다나. 최규하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리운전이고 전두환 대통령은 난폭운전, 대형사고도 여러 번 쳤고 도로를 혼자만의 세상처럼 광란의 질주를 벌였다 해서 붙여졌다고. 노태우 대통령은 설명이 필요 없는 졸음운전이고, 이밖에 김영삼 대통령은 초보운전. 김대중 대통령은 안전운전, 노무현 대통령은 뺑소니운전, 이명박 대통령은 역주행운전, 그러나 압권은 박근혜 대통령이란다. ‘무면허 운전’이라나.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 이후 평가된 운전 습관인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도 전 무면허로 밝혀져 더욱 그렇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한 우스갯소리지만 슬픈 일이다. 국민 모두에게.

무면허 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동승한 국민들. 그 불안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나마 지금은 운전대마저 놓은 상태다. 차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계속 갈지(之)자로 휘청거리는데 무면허 운전기사는 괜찮다고 하며 차를 멈출 생각도, 운전석에서 내려올 생각도 안 한다. 승객이 아우성 쳐도 요지부동이다.

보다 못한 친박계 중진 원로들마저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언(苦言)을 전했다. 그들은 ‘탄핵 외길’로 치닫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전제로 한 정치일정을 제시했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촉구했으나 이 또한 경청(敬聽)했다는 소감만 피력할 뿐 정작 대통령 본인은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현재로서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까지 불사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관해 청와대 관계자마저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는 분”이라면서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 묵묵부답의 속내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어제(29일) 박근혜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완곡한 표현이지만 이러한 심중을 강하게 표출했다. “저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국민과 정치권의 소망과는 거리가 먼 담화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실망하기에 충분하고 요지부동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담화 전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2선 후퇴를 선언하고, 여야 정치권에 과도 정부를 이끌 새 국무총리 추천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일임한 뒤, 조기 대선을 치르게 한다”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각’ 시나리오도 물 건너 간 느낌이 강하다. 담화 발표 이후 야당이 “차라리 ‘공개 재판’의 성격을 지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통해 검찰과 언론 등이 제기하는 각종 혐의와 의혹을 소명해 억울함을 풀고 탄핵안 부결까지 노린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요지부동하는 대통령이 답답하고 이젠 불쌍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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