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한 사람

 

팔랑이는 작은 빛에 둘러싸인 섬은 혼자 어둠속으로 가라앉았다. 섬을 에워싼 빛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는 갈 수가 없다. 그 섬에서는 아무도 밖으로 나오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 도심에서 가장 외로운 섬, 그 섬에 사는 사람도 점점 외로움 속으로 침몰하고 있다. 귀가 입보다 윗자리에 있는 까닭은 몰랐던 한 사람이 있었다.

연일 화제는 대통령과 그 감춰진 인물들이 저지른 사건들로 이어진다. 첫눈 내리는 거리에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촛불을 들고 모여 들었다. 나이 지긋한 어른에서 수능을 마친 학생들과 어린아이와 심지어 유모차를 몰고 나오는 엄마들에 이르기까지 손에 촛불이나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찬바람 부는 거리로 부르는가?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한 사람의 이름을 비난했다. 최고 권력자를 팔아 이권에 개입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마침내 국정을 농단한 파렴치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점점 사건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권력에 읍소하며 수족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자신의 죄를 덜기에 급급했다. 결국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고 성난 민중들의 목소리는 점점 청와대를 향해 가고 있다. 처음 당선이 확정되고 취임식을 치를 때만 해도 우리 앞에 보다 나은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더욱이 지지자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으니 그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말에 상당부분 동조했다. 그간 권력자의 친인척 비리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견 신뢰가 가는 말이었다. 그러나 말은 결국 말일뿐이었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이나 해법보다 스캔들의 소용돌이가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 휩싸였다.

일터에서 또는 집에서 촛불을 바라보는 마음은 점점 흐리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대다수의 국민들이 받아야 했을 상처와 박탈감은 무엇으로 기워야할지, 촛불을 든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을 어린 아이들에게 오늘의 이 모습을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불안한 정국과 삶의 현장을 시시로 모여드는 구름은 우리의 삶을 또 얼마나 척박하게 할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제 각각의 셈법으로 촛불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고단한 삶의 궤적을 되짚어도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어긋나고 있었는지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목소리에서조차 국민은 몇 번째인지를 먼저 찾아내는 절망이 초겨울의 광장보다 춥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말 안 되는 짓을 일삼으며 산 사람들이야 본바탕이 그렇게 돼 먹었다 치더라도 권력의 핵심부에서 온갖 위세를 떨치며 살아온 사람들까지도 누구 하나 검찰에 불려가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처절한 반성과 후회를 담아 ‘내 탓이요.’ 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성경에 의인 다섯만 있어도 그 다섯 사람을 보아서라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지 않겠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다섯은 고사하고 그 한 사람이 없어서 우리의 정치사는 오늘도 뒷걸음이다. 그래도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촛불이 밑 닦은 종이로 코 풀 지경에서 구해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