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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스스로 저버린 ‘대통령’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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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6일  20:38:09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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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빰빠라밤바람 밤 빰빠바~~빰빠라밤바람 밤 빰빠바~~’

많이 들었던 군악대의 경쾌한 연주다. 그 옛날 군대에서 한달에 한번씩은 사단 연병장에 집합해 하기식을 가졌다. “사단장께 대하여 받들어 총!”이라는 구령에 맞춰 전 장병들이 “충성 필승 단결” 등을 외치며 예의를 표했다. 이어 위엄을 갖춘 사단장이 거수경례로 답례를 하면 곧바로 ‘장군에 대한 경례’ 음악이 군악대에 의해 신나게 울려퍼진다. 임석상관에 대한 경례는 국기에 대한 경례보다도 앞서 행해진다. 군기와 복종, 그리고 충성이 생명인 조직이어서 그렇다. 나는 지금도 ‘장군에 대한 경례’ 음악을 수시로 듣는다. 경쾌한 이 음악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데다 왠지 젊었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뭉클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제병지휘관으로 육군중장이 등장해 “대통령께 대하여 받들어 총!”을 외쳤다. 대통령의 거수경례 답례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 좀 어설펐지만 4성 장군을 능가하는 예우에다가 예포도 21발이 발사됐다. 사회자는 “국군통수권자와 국가원수에 대한 최고의 예우와 환영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고의 예우 속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멋진 순간이었다. 아버지 생각에 박 대통령 자신도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국가원수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도 무거웠으리라. 여성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존경과 예우를 보내며 기대에 부풀었음은 물론이다. 박 대통령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란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1년 여를 남긴 박 대통령은 임기도 제대로 못 채우게 생겼다. 희망의 새시대는커녕 국민들을 절망으로 몰어넣고 있다. 초등학생들마저도 ‘하야와 탄핵’을 외친다. “엄마, 그네가 안 움직인대. 그네가 왜 안 움직이는 줄 알아? 순실이가 없어서 그렇대”라는 아들의 말에 어느 학부모는 “아이들까지도 이런 상황이면 이 나라의 권위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혀를 찼다.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죄없는 국민들을 보자면 너무 허탈하고 비통하다. 지리멸렬하는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마녀사냥이라도 하듯 본질에서 벗어난 팩트에 망나니처럼 춤을 추는 언론도 그렇다.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총체적 난국이다. 어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한 재벌총수들은 하나같이 대가성은 부인하면서도 기금출연을 요청하는 청와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들이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음을 말한다. 궁지에 몰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전경련활동도 하지 않겠으며 이같은 기부와 기금출연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을 했는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한지는 특검과 국회에서 가려질 일이다. 자신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혔듯이 나라를 위한 일이었고,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는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법을 떠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잘못을 부인하기보다는 이처럼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잃은 이유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혹시라도 ‘자신의 뜻과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이 오늘의 화를 자초하지는 않았을까. 일부에서는 옛날 대통령들에 비하면 뭐가 큰 잘못이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오래 전의 얘기다. 관습은 참고에 그칠 뿐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숙된 국민의식을 따르지 못하는 대통령이나 정치권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과의 계약관계마저 지금은 파기상태다.

나라가 벼랑 끝으로 가기 전에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저버린 책임만큼은 통감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결자해지 아니겠는가. “무섭고 걱정된다. 논리나 말로 타인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힘을 쓰게 된다. 사리에 어두운 박근혜 주변의 권력을 가진 자가 환관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어느 정치인이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새삼 생각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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